사회
‘논란 많은 김영란법’ 헌법소원 공개변론에 쏠린 눈
입력 2015-12-10 17:11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공직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한 법을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에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가
10일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 대심판정에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내년 초 이 헌법소원 사건 선고 결과에 따라 내년 9월로 예정된 법의 시행 여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했다. 2012년 법안을 처음 제안한 김영란 국민인원위원장(전 대법관)의 이름을 따서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지난 3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가결되자 한국기자협회 등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언론인·사립학교 교원도 공직자?
주요 쟁점은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공공기관으로 보고 이들 종사자에게 법을 적용하는 것이 언론·사학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61·사법연수원 15기)은 법을 반대하는 헌법소원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법정에 나와 김영란법이 언론인과 취재원의 통상적인 접촉을 제한하고, 사립학교 교원의 자주성 등 사적 영역을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주장했다. 언론 자유, 사학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초 정부는 공직자의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를 처벌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으나 국회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빼고, 민간언론까지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언론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된다면 취재활동이 위축되고, 비판 언론에 재갈물리기를 통한 보복·표적 수사가 가능해져서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을 포함시킨 이유가 공공성이라면 시민단체·민간의료계·금융계 등 공공성이 큰 민간영역이나,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을 제외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며 공직자의 공공성은 세금 지원을 받고 인·허가권을 가진 공직자의 직무수행 자체에서 나와 수동적‘인 반면, 언론의 공공성은 능동적‘이므로 언론을 공직자와 같이 취급해 제재를 가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찬성 측(이해관계인) 대리인 안영률 변호사(58·11기)는 언론인 및 사립학교 관계자로 하여금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할 뿐이므로 언론·사학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는 민간 영역 중 공공성이 큰 언론과 교육 분야를 포함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두 분야의 자체 정화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언론인은 현대 민주사회에서 여론형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고, 사립학교 교원도 공공성이 인정되는 만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취지다.

◆ 허용금액과 부정청탁 기준 모호”
또 다른 쟁점은 수수 가능 금액과 부정청탁의 행동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반대 측 대리인 강신업 대한변협 공보이사(51·36기)는 공직자가 수수할 수 있는 외부강의 등의 사례금과 사교·의례 목적의 경조사비, 선물 등 허용 금액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은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되며 허용 가능 금액의 기준이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 참고인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도 어떤 행동이 ‘부정청탁에 포함되는지가 모호해 단순한 이의제기도 청탁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찬성 측 참고인 최대권 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받을 수 있는 사례금의 상한액은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 미만 수준으로 충분히 예측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부정청탁의 대상이 되는 업무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어 어떤 유형의 행동이 부정한 청탁에 해당되는지 명확하다는 판단이다.

◆ 배우자의 금품수수 신고 의무도 논란
배우자가 금품 등을 수수했을 때 직접 배우자를 신고해야 하는 항목도 논란이다.
반대 측은 배우자 미신고 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은 가족 간의 개인 존엄성을 침해하고 연좌제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사적인 행동을 과도하게 형사벌로 통제해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찬성 측은 뇌물은 당사자가 직접 받는 것보다 병역혜택, 사업자금 등 배우자나 가족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모습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신고 조항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전달한 금품 등은 사실상 공직자를 보고 건넨 것이라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청구인들과 이해관계기관의 진술 및 참고인의 의견을 들은 뒤 해당 조항들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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