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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간담회] 슈틸리케가 K리그 위에 그은 빨간 네 줄
입력 2015-12-08 16:58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은 주저없이 빨간 펜을 들었고, 이렇게 적었다. "K리그 이대론 안돼". 사진=대한축구협회
[매경닷컴 MK스포츠(종로) 윤진만 기자] 지난해 10월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공식 부임한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시즌 내내 K리그 현장을 누볐다. 주목적은 K리그 원석을 발견하는 것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리그 문제점도 눈에 담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려만 하는 데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았다. 리그 성장이 곧 대표팀의 발전이라는 생각에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한 ‘2015 송년 기자단 간담회에 참석, K리그 4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라는 뜻의 은어) 구단주의 존재다.
기업구단은 보통 해당 기업 내 고위층 ‘회사원, 시도민구단의 구단주는 도지사, 시장과 같은 ‘정치인이 구단주로 있다. 이들 중 축구단 운영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해 구단이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 시즌 경기를 못 뛴 외국인 선수가 절반가량 되는 것 같다. 상당히 큰 문제다. 축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결정권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K리그를 보면 시민구단, 기업구단 할 것 없이 구단주가 축구인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쓴소리했다.
둘째, ‘울퉁불퉁 ‘땜질로 표현할 수 있는 잔디다.
가뜩이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 잔디 때문에 예민하다. 10월13일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과 11월12일 미얀마와의 월드컵 2차예선 5차전 개최 장소인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자나깨나 잔디 걱정. 사진=MK스포츠 DB

K리그 현장에 다니면서도 느낀 모양이다. 화살은 경기장 관리자에게로 향했다. 많은 곳의 그라운드 상태가 상당히 좋지 못하다. (잔디를 보면)경기장을 관리하는 재단에서 어느 정도 축구를 생각하는지, 얼마만큼 애정이 있는지 드러난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셋째, 텅 빈 관중석이다.
10월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K리그 클래식 경기당 평균 유료 관중수는 5,553명, 챌린지는 727명이다. 클래식 경우 관중수 기준 하위 4개 구단의 평균 유료 관중수는 2천명을 밑돌았다. 3~4만 월드컵경기장을 쓰는 구단도 있어 텅텅 비어 보일 수밖에.
슈틸리케 감독은 관중수가 부족하다”며 그 이유로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문제와 더불어 모기업(또는 지자체)의 투자 감축 및 구단의 지역 마케팅의 결여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모든 면에 있어 예외랄 수 있는 구단은 전북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8월 FC서울은 불가피하게 한쪽 스탠드를 비울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콘서트! 사진=MK스포츠

끝으로 승강 시스템의 미완성을 콕 짚었다.
유럽에선 통합 승강 시스템이 자연스럽다. 하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승강제를 통해 승격한다. K리그에선 챌린지, 하부리그간 통합 승강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전제를 깔고 한 팀이 강등하면 경제적이나 여타 다른 부분에 있어 큰 손해를 입는다. 그러한 이유로 승강제가 구축이 안 된 것 아닌가 싶다. 축구적인 요소만 봤다면 진작 통합 승강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게 네 가지 문제점을 지적한 슈틸리케 감독은 잠시 뜸 들이다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만약 삼성 그룹이 수원 축구단 운영을 포기한다면, 현대자동차가 전북 구단에 투자를 안 한다면, 성남시청이 성남FC 후원을 안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물음표를 저 자신에게 던지면 고민이 많이 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른 아시아 리그와의 비교가 아니다. 세계적인 축구 흐름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모방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보고 잘 배우면서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yoonjinman@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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