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농약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 첫 날…7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 '결말은?'
입력 2015-12-08 08:46 
농약 사이다 사건/사진=연합뉴스
농약 사이다 사건, 국민참여재판 첫 날…7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 '결말은?'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졌던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첫 날인 7일부터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단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습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대구지방법원 제11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은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 끝에 재판 시작 7시간만인 오후 8시30분쯤 쳤습니다.

재판에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82)씨를 비롯해 배심원 9명(남5·여4), 검찰측 5명, 변호인단측 5명, 박씨와 피해자 가족 등 모두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재판 시작 10분 뒤 연초록색 죄수복을 입은 박씨가 교도관의 부축을 받은 채 재판장에 들어왔고, 박씨의 가족들은 방청석 곳곳에 서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변호인 측에 착석한 박씨는 눈을 감은 채 피곤한 모습이었으며, 재판 시작 후 1시간이 지난 뒤 무릎이 아프다는 이유로 바닥에 앉아 재판에 참여했습니다.

검찰과 변호인단은 이번 재판에 신고자, 피해자, 마을 주민, 행동분석 전문가, 사건 수사 경찰관, 외부 전문가 등 모두 1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검찰은 박씨의 유죄를, 번호인단측은 박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모두 583건에 달하는 증거 자료를 제출하는 등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검찰 측은 공소사실 외에 새로운 증거인 농약(메소밀) 성분이 묻은 마을회관 걸레와 두루마리 휴지 등을 제시하며, 피고인을 압박했습니다.

반면 변호인단은 공소 사실 등을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범행 동기, 농약 투입 시기 및 구입경로, 피고인 지문 등 직접 증거를 제시 하지 못했다며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올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으로 자칫하면 미궁에 빠질 수 있었던 사건"이라 고 설명하며, 본격적인 재판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또 박씨 집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든 박카스병이 나온 점, 마을회관 사이다병 뚜껑으로 사용된 드링크제 뚜껑과 제조일자가 같은 드링크제 10병이 발견된 점, 박씨의 집 주변에서 발견된 농약병 등이 증거로 제시됐습니다.

또한 박씨가 사건 발생 당시 입었던 흰색 저고리(상의)와 꽃무늬바지(하의), 지팡이, 목장갑, 전동휠체어 등 박씨의 물건 21개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범행 은폐 정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등을 주요 증거로 내세우며 박씨의 유죄를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검찰은 사건 당일 박씨가 피해자들이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신 뒤 구급차가 출동한 것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마을회관 정문의 한쪽을 닫고, 구급대원들에게 마을회관 안에 다친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유죄 증거로 내세웠습니다.

이와 함께 박씨의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명백한 허위진술이 나왔다는 점과 사건 당시 혼자 위험을 피한 점, 검·경조사에서 박씨 의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은 점, 검찰조사에서 진술거부, 진술에서 마을회관 도착시간을 계속 늦추고 있는 점 등이 정황상 박씨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지목했습니다.

또 검찰이 박씨에 대한 임상심리검사결과 박씨는 '허위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검찰에서 증거자료로 제시한 검사결과에 따르면 박씨는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특성과 상황에 대해 피상적으로 행동방향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의 과거 가정폭력에 의해 정체성이 무너졌다는 것과 사소한 갈등 상황에 민감한 것, 여러 상황에 대한 계속적인 반감, 범행전날 피해자와의 갈등 등이 이번 사건에 대한 박씨의 범행동기"라고 말했습니다.

변호인단은 시작부터 "검찰 측이 증거 설명이 아닌 마지막 공판일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을 짜집기 했다"며 신경전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씨가 사이다에 농약을 타는 등의 행위로 30년 동안 한 마을에서 살았던 할머니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다고 강조하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의 허점을 공략했습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이날 추가 공개한 농약이 묻은 걸레와 두루마리 휴지는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박씨가 피해자들이 내뿜는 거품을 닦아주면서 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걸레와 두루마리 휴지에서 농약 성분이 나오고 DNA가 검출되지 않았던 것은 현장에 피해자들이 내 뿜은 거품 외에도 물 등의 액체가 많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액체 샘플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도 액체 일부분을 면봉이나 거즈 등으로 적셔 국과수로 가져갔기 때문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마을회관 냉장고에는 농약이 들어간 사이다 페트병을 포함해 콜라, 환타 등 2종류가 더 있었다며 박씨가 할머니들을 살해 할 계획이었다면 나머지 음료에서도 농약이 검출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농약 성분이 나온 버려진 박카스 병은 겉으로 보기에도 낡아있어 박씨의 집에서 발견된 박카스와 한 박스에 담겨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해당 박카스 병에서는 박씨의 DNA가 나오지 않았지만 박씨 자택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박카스 3병 중 1병은 박씨의 DNA 가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검찰의 주장대로 마당에서 발견된 박카스 병이 박씨의 범행도구로 사용됐다면 이 병에서도 박씨의 지문이나 DNA가 검출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박카스 제조사 측인 동아제약에 확인해 본 결과 공성면에서 소비되는 박카스는 2주에 약 3000병으로, 모두 제조일자가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범행도구로 제시한 박카스 병과 동일한 제조일자를 가진 병은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손봉기 재판장은 배심원들에게 "이번 재판이 열리기 전까지 언론 등을 통해 이 사건을 접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을 다 잊고 재판에 나온 증거들을 토대로만 정확하게 판단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편 이번 재판은 배심원 선서, 재판장 최초 설명, 모두절차, 쟁점 및 증거관계 정리, 증거조사, 피고인신문, 최종변론, 재판장 최종 판결 등의 순으로 오는 11일까지 진행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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