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 사교육시장 전설` 손주은 회장의 고백 "사교육 인생 후회한다"
입력 2015-12-06 15:45 

고도성장기의 변질적인 부산물인 사교육시장에 몸담은 인생을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가 됩니다.사람들에게 ‘손사탐(손선생 사회탐구)이나 ‘메가스터디 창업자가 아닌 ‘착한 사람이나 ‘적어도 나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대치동 사교육의 전설로 불리는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54)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은 건 지난 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메가스터디가 개최한 대입 정시 설명회에서 였다.
손 회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교육시장은 우리나라가 고도, 압축성장기를 보낼 때 생겨난 변종적인 부산물”이라며 저는 한국 사회의 고도성장기의 사교육 시장에 잘 편승해서 너무 쉽게 성공했고 부를 얻었지만 ‘떳떳하냐고 물으면 떳떳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름대로 치열한 고민을 했지만 되돌아보면 미적미적대다가 어정쩡한 타협을 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교육에 발을 담근 28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일을 할 것”이라고 지난 삶을 후회했다. 학원가 최고의 스타강사와 성공한 기업인으로 사회적 명성과 부를 얻은 손 회장이 뜻밖의 심경을 내보인 셈이다.
그는 가까운 사람한테 따뜻한 마음을 남겨주는 것이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며 ‘착한 또는 좋은 사람 손주은으로 기억되면 좋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사람으로라도 기억되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손 회장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손회장이 평소에도 사교육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는 행위”라는 소신 발언을 자주 했다. 이에 대해 학원측에서는 회장님이 그런 말씀은 삼가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금 사교육을 하는 선생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한다. 또 가족에게 일어난 불행한 사고를 계기로 손회장이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손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의 재산을 사회나 가족 등에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설립 15년 동안 메가스터디가 학생지원 등을 통해 기부한 금액은 300억~4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언론에 드러내거나 홍보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 회장은 사교육시장의 미래에 대해서도 어둡게 내다봤다. 그는 압축성장기에 대학 잘가서 성공한 경험을 한 학부모들이 자식에게도 사교육을 시키는 것인데, 지금은 명문대 나와도 취업이 안되고 취업이 되더라도 옛날만큼 빨리 성장하기 어렵다”며 명문대의 효용성은 급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대학 진학의 사회적 효용성보다는 사실은 부모의 능력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사교육 시장은 지금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서울 강남·목동·중계동과 경기도 일산 등 중산층 지역이나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 등 특정지역으로 한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향후 회사의 사업방향에 대해 현재의 메가스터디를 이끌어온 중고등교육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입시사업을 하는 메가스터디교육은 현재의 시장 지배자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고 이르면 올해말 상장하는 메가엠디(의치학·약학·로스쿨전문)가 매년 30~40%씩 성장하는 주목할 회사가 될 것”이라며 특히 창업 초기기업 투자사인 메가인베스트먼트에 관심이 많으며 현재의 운용규모(400억원)을 최대 800억원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메가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중소기업청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됐다.
한편 손 회장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정시전형의 일반적 특징인 의외성이 예전보다 커져 지원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기회의 한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정시전형은 수시전형과 달리 선시험후지원으로 패를 감추고 진행된다”며 최근 3년내 가장 변별력있게 수능이 출제되면서 연·고대 인기학과의 합격선이 폭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서울대와 주요 의과대학에 동시합격하는 보수적인 성향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이탈하고 배치표의 예상 합격선에 1~2점 미달하는 수험생은 불안해서 지원이 적어지면 5점 넘게 미달하지만 재수를 각오해 상향지원한 학생들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각종 모의지원 등을 통해 올해 수험생의 경향성을 파악하고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1961년생인 손 회장은 1987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강남 학원가에서 사회과목을 강의하며 ‘손사탐으로 불리는 스타강사 대열에 올랐다. 이후 2000년에 메가스터디를 설립한후 교육의 온라인화를 주도하면서 국내 최대 교육업체로 성장시켰다.
[강봉진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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