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막오른 슈퍼달러 시대> 달러화 가치 2003년 이후 최고..."추가 랠리 여지 있다"
입력 2015-12-03 16:38  | 수정 2015-12-03 17:38

슈퍼달러 시대 개막은 전세계 금융시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달러 강세로 달러화로 결제하는 원유와 금 등 원자재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또 달러강세 장기화에 대한 기대감속에 달러표시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5년래 최고치로 올라섰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신흥시장은 외환부족 등 심각한 경제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03년 수준까지 오른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오름새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빈센트 채노 소시에떼제네럴 환율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달러화 가치가 아직 충분히 높지 않고 밸류에이션 상으로도 오를 여지가 남아있다”며 달러화 추가 랠리를 예상했다.
강달러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원자재시장이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전날보다 4.9% 폭락해 3개월여 만에 다시 배럴당 3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날 1월물 WTI선물가격은 전거래일보다 4.6%(1.91달러) 폭락한 39.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도 급락해 7년래 최저치인 배럴당 42달러까지 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유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8월 유가가 저점을 찍은 뒤 최근 3개월간 68bp(1bp=0.01%) 뛰어 3일 오전 11시 현재 158bp까지 상승했다. 바레인의 CDS프리미엄은 350.80bp로 55.8bp 치솟았고, 카타르는 85.86bp, 아부다비는 84.73bp로 각각 21.6bp와 20.4bp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는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유가는 또다시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내년에 원유 과잉생산이 지속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저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 가격도 마찬가지다. 옐런 의장이 12월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전해진 후 2일 금현물 가격은 온스당 1050.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5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무수익자산인 금의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급등하는 미국 국채금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이 바뀔 것을 예고하고 있다. 2일 미국채 2년물 금리는 0.934%까지 올라 2010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금리가 점차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미국에서 빠져나와 전세계의 주식과 채권에 투자됐던 자금이 다시 미국채로 회귀할 수 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12월 연준 기준금리 인상후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투자은행들은 3개월 내 엔화, 유로화, 위안화의 달러화대비 가치가 각각 11월27일 대비 1.1% 2.1% 2.2%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현재 달러당 123엔 수준인 엔화가치가 향후 3개월 후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일 달러화대비 원화값은 0.3원 떨어진 1164.6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시장에서도 불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일 미국 주식시장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다우지수가 0.89% S&P500이 1.1% 하락했다.
3일 코스피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강(强) 달러가 예상됨에 따라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장중 1990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22포인트(0.76%) 내린 1994.07에서 거래를 마쳤다.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달러 강세가 예견되자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은 시장이 이미 예상해온 부분이지만 달러화 가치가 어느 정도로 조정되느냐에 따라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달러화 변동성이 안정되면 증시가 차차 반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329억원 어치를 내다팔며 이틀 연속 ‘셀 코리아 기조를 이어갔다. 기관도 1131억원 어치를 순매도 했다. 개인투자자만이 2298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하락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덕주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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