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무부 발표에 대립만 심해진 ‘사시 찬성·반대론자 충돌’
입력 2015-12-03 16:03  | 수정 2015-12-03 17:01

안락사 단계인 사법시험에 4년 더 인공호흡기를 달아준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정착되고 있는 이 제도로 법조인력 수급 정책을 일원화하는 게 혼란을 줄이는 길이다.”(전직 대법관 출신 법조인)
정부는 사시 존치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고, 국회는 사시 존치 법안을 통과시켜라”(대한변호사 협회 성명)

법무부가 3일 사법시험 폐지를 4년 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자 사시 폐지론자와 존치론자 간의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 쪽은 단순 유예일 뿐 폐지 결정을 되돌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번 기회에 사시 존치를 확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 고검장급 인사도 법무부가 고심한 흔적은 보이지만 이도 저도 아닌 혼란만 부를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도 사법시험 존치와 관련해서는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데 법무부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발표하면 거센 반발만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재학생들은 수업까지 거부하고 강력히 반발했다.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회장 이철희)는 법무부가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재학생 총 자퇴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원 관계자도 이미 버젓이 있는 로스쿨의 교육과정을 내실화해야지 사법시험 존치 쪽으로 가는 건 잘못된 방향”이라고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사법시험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 여전히 사회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유예 결정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법무부는 여론조사 결과도 제시했다. 지난 9월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일반 국민 1000명과 법대 출신 비법조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85.4%였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약 98%였다.
법무부는 대신 사법시험 폐지에 따른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사법시험 1·2차시험과 유사한 별도 시험을 치러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일종의 ‘예비시험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행은 로스쿨 졸업생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별도의 시험으로 비로스쿨 졸업생들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의 기회를 주면 간접적으로 사법시험을 유지하는 셈이 된다.
법무부는 사법시험이 폐지될 때까지 로스쿨 제도 전반을 개선하고, 불가피하게 사법시험 존치가 논의된다면 사법연수원이 아닌 대학원 형식의 연수기관에서 자비로 교육 받는 방안도 대안으로 내놨다.
결과적으로 법무부의 이날 발표는 로스쿨로 일원화하는 법조인 양성 정책을 중간에 변경함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킨 모양새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부터 사법시험 존치는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상민) 야당 간사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007년 사법시험 폐지를 결정한 것은 사회적 합의였으며 그 합의는 지켜져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이후에 사정변경이 있거나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용하면서 존치와 폐지 양측 주장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2007년 사법시험의 폐해 때문에 사시가 폐지된 것인데 지금은 로스쿨의 폐해를 보완해야 한다면 해결책은 꼭 사법시험 존치가 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승철 기자 / 김세웅 기자 / 정주원 기자 / 홍성용 기자]
◆ 용어 설명 ◆
사법시험 존치 논란 = 2017년 사법시험 폐지를 앞두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예정대로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주장 사이의 갈등. 2009년 로스쿨이 처음 문을 열면서 사시는 합격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여가며 폐지 절차를 밟고 있지만 최근 로스쿨에 특정 계층의 입학이 몰리고, 취업 비리 문제가 연이어 터지며 ‘음서제 논란이 붙자 사법시험 존치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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