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주거니 받거니 장사치 된 與野 지도부...최악의 19대 국회
입력 2015-12-03 15:30 

3일 새벽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어긴 채 통과되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정 의장은 지금 국회는 국회의원과 상임위는 보이지 않고, 여야 지도부만 보이는 형국”이라며 국회의원은 거수기가 되고, 지도부에 의한 주고받기식 거래정치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이것이 현재 우리 의회민주주의의 자화상”이라며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성찰하자”고 호소했다.
◆김무성 대표, 유종의 미 거둬 다행”
지난 해 국회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 2일) 내에 처리하자 낯뜨거운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소로 법을 지켰다”며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국회선진화법 덕분이라는 얘기도 쏟아졌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은 19대 국회를 사상 최악의 국회로 만든 근본적 원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반수 원칙이 무너지고 모든 법안이 여야 합의를 거쳐야 통과되는 상황이 되자 야당은 ‘법안 끼워팔기를 일상화했다.

이번엔 새누리당이 역으로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했다. 예산을 볼모로 여당이 원하는 관광진흥법 등을 통과시키자고 압박한 것이다. 법정시한까지 예산 수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대로 통과되고, 힘들게 끼워넣은 지역구 예산도 다 물거품이 된다는 점을 이용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예산안과 여야가 빅딜한 법안이 모두 통과되자 여당은 ‘잔칫집, 야당은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새벽 김무성 대표 등 의원들이 국회 인근 식당에 모여 흥겨운 분위기에서 회식까지 했다.
김 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합의해 유종의 미를 거둬서 다행”이라며 한 시간 정도 늦은 것은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활짝 웃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토론과정에서 조금 늦어졌지만 아무튼 시한을 지켰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도 갈 길은 멀다. 여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노동개혁법, 경제활성화법 등 남아있는 쟁점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야당 협조를 얻어내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천 룰을 둘러싼 당 내홍 가능성도 잠복해 있다.
◆이종걸 1교시 시험 잘 못치러...2~4교시 남아”
새정치민주연합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예산안을)자신들이 원하는 법안 처리와 연계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고, 국회선진화법에 이처럼 악용될 소지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고 격앙된 표정으로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예산안은 물론 관광진흥법 등 쟁점 이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기대면서 예산안 심사가 대단히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관광진흥법을 연계시킨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의 질타에 시달렸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예상보다 문제가 난해한 1교시 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같은 심정이었지만 아직 2, 3, 4교시가 남았다”며 향후 정국 운영에서 정부·여당이 합의를 번복하거나 축소한다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전의를 다졌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 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과 험난한 법안 협상을 이어가는 동시에 당내 분열까지 고민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들끓는 호남 민심을 의식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예산안 심사때 정부안에 대구·경북(TK) 예산이 대거 반영됐다”고 항의하며 호남·충청 예산 1200억원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호남 의원들의 ‘탈당 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이야기마저 나도는 등 내우외환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헌철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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