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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LG의 ‘야생마 모시기’
입력 2015-12-03 14:03  | 수정 2015-12-05 17:30
11년 만에 LG 트윈스로 복귀한 이상훈 코치.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11년 만에 ‘야생마 이상훈(44)이 돌아왔다. LG 트윈스의 상징적인 존재인 이 코치의 복귀를 위해 구단이 쏟은 노력과 공을 들인 흔적에는 정성이 넘친다.
지난해 10월 LG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LG의 혼으로 여겨졌던 이상훈 코치가 잠실 라이벌 구단인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는다는 상상하기 힘든 소식이었다. 당시 고양 원더스에서 김성근 감독에게 지도자 수업을 받던 이 코치는 두문불출했던 생활을 접고 두산에서 2군 투수코치를 맡았다.
‘이상훈은 LG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1993년 LG에 입단해 프로 2년차인 1994년 18승을 거두며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듬해인 1995년 20승을 기록하며 LG의 좌완 영웅으로 방점을 찍었다. 이후 일본과 미국을 거쳐 2002년 LG로 돌아와 감동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선사했다.
LG와 이상훈의 좋은 추억은 여기까지였다. 2004시즌을 앞둔 이상훈은 코칭스태프와 불화설이 불거지며 SK로 트레이드됐고, 그해 은퇴해 그라운드를 떠났다. LG와의 인연도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이 코치가 다시 LG 유니폼을 입은 것은 꼬박 11년 11개월 만이다. 이 코치는 3일 LG의 투수 유망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신설한 ‘피칭 아카데미 초대 원장으로 선임됐다. LG 투수들의 영웅인 그가 미래를 키우기 위한 지도자로 첫 발을 내딛는다.
이 코치의 영입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백순길 LG 단장이 이 코치를 직접 찾아 수차례 설득했고, 두산 구단 수뇌부의 대승적 차원의 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코치의 친정 팀에 대한 애착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사실 이 코치의 전격 LG행 소식과 함께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LG는 올해 최악의 성적을 거둔 뒤 코칭스태프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구단에서는 2군 코치진에 책임을 물어 이천 챔피언스파크 숙소에서 짐을 싸들고 나가야 할 형편이었다. 코치들이 숙소에서 편하게 먹고 잘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이유. 실제로 일부 코치들은 챔피언스파크 인근 이천에 월세방을 알아보기도 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LG의 코칭스태프 인선은 완료된 상태였다. 이 코치가 합류할 경우 이미 확정된 2군 및 육성군 코치의 보직 이동이 불가피해 보였다. 이 코치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자칫 묘한 기류가 흐를 수 있는 상황도 될 수 있었다.
LG 구단은 교통정리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바로 ‘피칭 아카데미의 신설이 그것. 가능성 있는 투수 유망주를 선별해 선수 개인별 목표 수준 및 육성 기간을 설정하고 맨투맨식 지도를 통해 육성하는 시스템을 개설했다. LG 구단 관계자는 이상훈 코치의 영입으로 인해 기존 코칭스태프의 보직 변경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LG가 마련한 세심한 배려였다.
이 코치의 복귀로 김동수(2군 감독) 서용빈(1군 타격코치) 유지현(1군 3루·작전코치) 등 1994년 마지막 우승 주역들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다시 모였다. LG 구단은 물론 팬의 입장에서도 향수 그 이상을 불러일으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코치는 LG 트윈스에서 다시 불러줘서 감사하다. LG에서 내 역할을 부여받은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내 이름 석 자에 먹칠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LG는 ‘이상훈 모시기를 위한 노력의 결실을 맺었고, 이 코치도 가슴 속에 품었던 LG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하며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입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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