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뜻밖의 분양열기 `강원도의 힘`
입력 2015-12-01 17:03 
"떴다방도 분양권 거래가 될 만한지 보고 판을 벌이는 거죠. 강원도에서는 웃돈이 붙는 것에 앞서 2순위 내에 청약 마감되는 일 자체가 요즘에나 보이는 현상입니다." 원주시 단구동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원주 부동산시장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5일 청약 접수 당시 1057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2883명이 몰려 평균 2.73대 1 경쟁률로 시내 분양 사상 처음으로 1순위 마감했던 '원주 롯데캐슬 더 퍼스트'. 이곳은 나흘 만에 모든 계약을 끝내면서 바로 손바뀜이 이뤄져 전용 84㎡형 중간층은 웃돈 1000만~2000만원이 붙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김정호 롯데건설 분양소장은 "아직 2차 계약금 납부가 끝나지 않아 정식 전매는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대감에 비공식적인 거래가 오간다"며 "강원도도 대구처럼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는 지역인 데다 시범단지 특성상 1차 분양 계약금이 낮아 투자 수요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올해 부동산시장을 이끈 청약 열기는 '아파트 분양 오지'로 통하던 강원도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청약통장 가입자도 크게 늘어 최근 금융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강원도 내 주택청약통장 가입 계좌는 41만4790계좌로 1년 전(36만2275계좌)에 비해 14.5%가량 늘었다.

원주시와 원주기업도시를 중심으로 동해와 속초에 이르기까지 연말 강원도 분양 시장은 '청약 마감'에 '계약 마감'까지 훈풍을 이어가는 중이다. '동해 북삼 하우스디'는 청약(238가구) 마감 이후 지난달 23~25일 사흘 만에 10여 가구를 제외하고 계약을 끝냈다. 앞서 같은 달 11~12일 진행된 1·2순위에서 최고 232대 1에 평균 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접수를 끝낸 '원주 단구동 한신휴플러스'는 24~26일 사흘 새 계약률이 80%까지 채워졌다.
강원도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대형 개발사업'과 '교통망 확충'이다. 인구 2만5000여 명을 받아들일 예정인 원주기업도시(총면적 529만㎡)는 원주혁신도시의 1.5배에 달하는 원주시 내 최대 개발지구로 의료 분야 연구개발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복합도시로 꾸며진다.
원주기업도시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내놓은 원주기업도시 공동주택용지 2개 필지에 66개 건설사가 몰렸다"며 "내년 2월부터 건축이 가능해 기업이 쓰는 오피스 건물 외에 주택·상가 분양이 이어지는 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분양했던 상가주택 용도 87개 필지는 평균 1390대 1에 최고 6200대 1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를 보인 가운데 산업용지 분양률도 70%를 넘어선 상황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둔 강원도에선 교통 호재도 적잖다. 서울 강남까지 빠르면 50분에 갈 수 있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내년 11월에 개통할 예정이다. KTX서원주역을 지나는 중앙선고속화 전철과 수도권 전철 연장 개통을 통해 인천, 서울 강남·강북 등으로 지역 접근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교통망 기대감을 타고 별장 격인 이른바 '세컨드 하우스' 투자 수요도 몰린다. 리조트형 아파트임을 내세운 대림산업 '속초 아이파크'는 10월 22일 평균 경쟁률 8.77대 1에 1순위 청약 접수를 마감했다. 6월 속초 관광단지 일대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영랑호' 역시 시내 처음으로 청약을 마감하며 한 달 새인 7월 초에 계약이 모두 마무리됐다. 안용헌 대림산업 분양소장은 "떴다방들이 단속에 걸려 철수한 후에도 현장 공인중개소와 투자자들 간 거래가 이어져 현재로선 2~3차례 손바뀜이 일어나면서 속초가 아닌 서울·기타 지역 사람들 비중이 계약 당시 10%였지만 요즘은 30%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용평리조트는 리조트형으로 평창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를 꾸며 사업 시행자로서 분양시장에 나선 상황이다.
강원도 시장은 당분간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청약 시 인근 지역 거주자에게 우선순위를 준다는 점을 노린 외지인들이 위장 전입하기도 해 모집 공고일을 전후해 인구가 갑자기 증가한 사례도 있다"며 "그간 주택 공급이 뜸했던 데다 개발 호재가 앞다퉈 진행되는 단계인 만큼 당분간 기대감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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