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당을 나온 암탉’ 작가 황선미가 들려주는 ‘인어의 노래’
입력 2015-11-26 15:31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삽화

옛날 옛적, 한 연못에 밤마다 인어의 노랫소리가 울려펴졌다. 어부들은 밤마다 은은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행복한 꿈을 꾸곤 했다. 노래에 홀린 마테우쉬라는 어부에게 동료는 말했다. 인어를 보는 건 반드시 죄가 될 거야. 사람을 현혹시키는 노래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되지. 세례도 안 받은 요물이 분명할 테고”
두 사람은 사제를 찾아가 인어의 유혹에 어떻게 대처할지 물었다. 사제는 어부들의 고백에 인어를 잡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렸다. 요상한 노래로 사람들을 유혹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보름날, 밀랍으로 귀를 막고서 호수를 찾았다. 달빛에 빛나는 인어는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버드나무 가지로 그들은 인어를 옭아맸다. 사제는 헛간지기 스타쉑에게 인어를 지키라고 명했다. 하지만 스타쉑은 인어의 노래에 넋이 나가버렸다. 나를 풀어주세요.” 스타쉑은 홀린듯 버드나무 줄기를 잘라버리고 인어를 따라갔다. 비스와 강에 뛰어들며 인어는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이제 나는 물결 속으로 사라질 것이네. 그대들의 아이와 손자들은 더 이상 아무런 꿈도 구지 못하리.”
폴란드 바르샤바 시청에는 이 비스와 강의 인어상이 세워져 있다. 오랜 시간 할머니의 입을 통해, 손녀들이 듣고 들으며 전해진 구전 민담이 바르샤바의 상징물이 된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황선미(52)가 이 민담을 환상적인 동화도 각색해 다시 썼다. 황선미의 민담집 ‘인어의 노래(비룡소)에는 인어 이야기를 비롯해 유럽의 옛이야기 10편이 골라 실렸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이 엄청난 부를 얻을 기회를 만난 이야기인 ‘황금 오리, 착학 천성으로 나라를 구하고 왕이 되는 청년 가베우 이야기인 ‘왕이 된 농부, 거인으로부터 왕자의 저주를 풀어주는 돼지치기 소녀가 나오는 ‘용과 소녀 까지. 유럽의 민담들은 하나같이 신비하고 환상성이 도드라진다. 황선미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가난한 아이였기 때문에 낯선 것들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낡은 책을 읽으며 풀어 나갔고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그 믿음은 제법 맞는 것 같아요.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있어요”라고 썼다. 우리와는 생활방식도 이름도 종교도 다른 사람들이야기가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고 털어놓는다.
삽화를 그린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와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폴란드 작가인 그는 2004년부터 한국에서의 그림책 출간으로 작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마음의 집‘눈 등으로 볼로냐 도서전에서 최고 권위의 라가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보나 작가는 1960년대 폴란드 사회주의 시절 자신의 소녀시절을 그림으로 재현해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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