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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블루칩인터뷰] ‘그녀는 예뻤다’ 임지현 “‘가수 출신’ 편견 깨려 노력했다”
입력 2015-11-26 14:03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얼굴은 낯선데 자꾸만 시선을 끄는 이들이 있다. 누군지 궁금하게 만드는 배우계의 ‘떡잎들을 소개하는 코너. 드라마 세 작품 이하 혹은 공백기가 3년 이상인 신인 배우들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당신, 왜 이제야 나타났죠? <편집자 주>


[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임지현입니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동그란 안경을 쓰고 나왔던 모스트 팀 어시 3인방의 은영 역할로 출연했었는데요. 신인이고 첫 고정 작품이었는데 너무나 사랑받고, 이렇게나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한 시간들이었어요. 은영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평소에 없던 저의 귀여움을 한껏 꺼낼 수 있어서 참 좋은 기회였고요. 아마 평생 부릴 귀여움을 다 보여준 것 같은데요?(웃음)



◇ 잊을 수 없는 은영이, 그리고 어시3인방

정말 ‘그녀는 예뻤다를 잊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특히 은영이 캐릭터는 목소리부터 말투, 행동, 표정까지 하나 하나 만들어간 캐릭터거든요. 총총 걷는 그 걸음걸이도 그렇고요. 어시3인방이 머리를 맞대고 캐릭터를 구상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웃음) 처음엔 고민이 많았어요. 워낙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은 모스트 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요.

감독님께서 저희 어시3인방으로 활약한 (차)정원 언니, (배)민정이, 그리고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그 와중에 ‘닥터슬럼프 아리 캐릭터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저도 계속 시안을 보내고 하면서 감독님과 상의를 했죠. 그러니 더욱 애착이 갈 수 밖에요. 다른 사람들보다 조그맣게 보이려고 3인방이 함께 샷이 잡힐 때에는 무릎을 굽혀서 연기하기도 했답니다.

함께 해준 선민 역의 정원 언니와 이경 역의 민정이와 합이 정말 잘 맞았어요. 처음엔 엄청 어색해서 이렇게 친해지고 함께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상상도 못했다니까요.(웃음) 다들 털털하고 내숭 없어서 여고 수련회 온 기분이었어요. 쉬는 시간에 컵라면 끓여 먹고, 빈 공간에서 나란히 패딩 입고 누워서 수다 떨고. 약간 아이돌 멤버가 된 느낌이랄까.(웃음) 누구보다 제 모니터를 꼼꼼히 해주고 응원해주면서 셋이 똘똘 뭉쳤던 것 같아요.

사진=그녀는 예뻤다 방송 캡처


◇ 멋진 선배님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모스트 팀 분들은 정말 다들 서로의 일이 자기 일인 마냥 나서서 챙겨주셨어요. 그러면서도 각자 영역에 침범해주지 않는 게 느껴졌죠. 그러니 지부편의 캐릭터가 살고 신동미 선배님의 캐릭터가 살고, 저희 어시3인방 캐릭터까지 살아나게 된 거예요. 단체 샷에서는 즉흥적인 게 많았는데요. 식사값 내기 하는 장면 같은 건 다 애드리브에요. 거기에서 제가 걸려서 엉엉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선배님들께서 은영이가 여기서 세상을 잃은 듯 울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며 장면을 만들어주셔서 만들어진 컷이었답니다.

그리고 다들 연기를 정말 잘 하시잖아요. 같은 피쳐팀이었던 풍호 선배(안세하 분)는 그냥 몸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와요. 저한테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제게 잘 될 것 같다고 응원도 해주셨죠. 신동미 선배님은 정말 최고였고요, 혜선 언니(한설 역)랑 수진 언니(아름 역)도 간식 갖다주시면서 엄청 챙겨주시고요.

배우들이 하나같이 자신이 더 돋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어요. 자기 샷에서는 충분히 돋보이면서도, 서로 서로 장면을 살려주려고 노려했기 때문에 제가 맡은 은영이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갈수록 대사가 늘어나는 것도 정말 신이 났어요. 제가 대사에 늘 형광펜을 치는데 처음엔 ‘팀원 ‘일동 이런 곳에만 줄을 쳤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은영의 대사에 형광펜 줄을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죠.

사진제공=제이와이드 컴퍼니


그러면서 열심히 하는 만큼 주어진다는 걸 몸소 배울 수 있었어요. 성취감도 엄청 늘고요. 이 작품에 들어간 것도 정말 큰 운인데 사랑까지 이렇게 받게 됐어요. 첫 작품에서 이렇게 좋은 추억, 좋은 경험 쌓고 돌아간다는 게 평생 다시 없을 기회이기도 하고,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아니잖아요.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 가수였던 제가 배우가 됐어요

‘그녀는 예뻤다 오디션 때가 갑자기 생각나요. 그 때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거든요. 감독님께서 나중에 그 말씀을 하셨어요. ‘캐릭터를 살릴 친구가 필요했다고요. 그래서 저를 뽑으셨대요. 사실 오디션을 본 한 달 후에 연락이 왔거든요. 오디션을 잊고 있었어요.(웃음) 붙은 비법이요? 긴장을 안 하는 게 비법인 것 같아요. 물론 떨리지만 그걸 즐기고요, 최대한 의연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제가 가수로 활동하면서 무대에 많이 올랐기 때문에 더욱 긴장하지 않는 건지도 몰라요. 8년 전인 17살부터 밴드와 솔로 가수로 활동을 했죠. 해오라라는 이름이었어요. 드라마 ‘무방비 도시의 OST인 ‘잠시 나였던 너를 말씀드리면 아실 것도 같고요. 드라마 ‘천하무적 이평강과 ‘해를 품은 달 OST를 작사, 작곡, 노래를 했죠. 얼굴보다는 목소리가 많이 알려졌었어요.

22살까지 음악에 매진했어요. 학교도 실용음악학과로 진학해 공부를 했고요.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소속됐던 음악 전문 기획사도 나오게 됐어요. 한순간에 소속이 사라지게 된 거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머리는 바쁘게 돌아가는데, 할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사진제공=제이와이드 컴퍼니


그러다 심심해서 쓴 글이 있는데 이걸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 싶어서 친구들과 독립영화를 제작했어요. 당시 영상에 관심이 한창 많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독립영화를 찍고, 영화제에 출품을 하면서 제작의 재미를 알아갔어요. 비록 영화제에선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웃음) 이후에 가수 디아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할 수 있게 됐죠.

그렇게 영상을 넘어 연기까지 관심이 이어지게 됐답니다. 독립영화 찍을 때 연기를 하면서 ‘이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죠. 1년 전에 지금의 회사에 들어온 후 영화 ‘장수상회 단역으로 데뷔를 하고,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의 아역을 거쳐서 ‘그녀는 예뻤다까지 오게 됐답니다.


◇ 겉멋 들어서 연기 시작했다는 편견, 깨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제가 아예 음악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지금도 조금씩 작업을 하고 있고요. 음악은 순수한 제 꿈으로 남겨두고 싶어요. 사실 제가 꿈꿔왔던 음악과 현실은 조금 달랐거든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자고 생각해왔는데 연기를 선택하게 된 거예요. 당연히 ‘가수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었죠. ‘가수 출신이 연기를 왜?라는 의심과 편견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 같아요. 적어도 ‘겉멋 들어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전 혼자서 연기를 공부했어요. 제가 살아온 이력이 조금은 다르니, 내가 갖고 있는 걸로 색다른 연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죠. 물론 오디션에 가면 호불호는 갈려요. 신선하다는 평과 ‘정도가 아니라는 평이요. 하지만 전 지금의 제 생각을 지켜나갈 생각이에요. 제가 쭉 연기 전공만 해왔던 분들과 같은 연기를 할 순 없는 거잖아요. 그 길을 걷지 않았으니까. 살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있듯 연기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진제공=제이와이드 컴퍼니


유명해지고 싶어서 배우가 됐냐는 질문도 많이 받죠. 유명해지면 물론 저도 좋을 거에요. 다양한 캐리터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게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이 되고 싶어라는 마음은 연기에 표가 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저 제가 연기를 하다 캐릭터와 궁합이 잘 맞으면 유명해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유명세라는 환상은 가수를 하면서 조금은 사라진 것도 제가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있는 요인이 된 것 같아요. 가수를 할 때 그토록 바라던 음악 차트 1, 2위를 하고, 길거리에서 제 노래가 나왔지만 금방 잊히는 걸 바라봐왔죠. 그러면서 ‘하나하나 조금씩 쌓아가면서 무너지지 않게 다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순리대로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냥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게 최고고, 그게 제 꿈이에요.(웃음)


◇ 연기, 그저 행복할 뿐이에요

가수로 살아왔는데 연기에 도전하는 게 두렵지 않느냐고요? 전혀요. 재밌어요. 지금은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죠. 연기한지 얼마 안 됐지만 ‘장수상회에서는 단역이었고, ‘두번째 스무살에서는 아역, 이번엔 고정이 됐잖아요. 조금씩 나아가는 게 눈에 보이니까 저의 다음이 기대 돼요. 그게 연기의 매력인 것 같고요.

아직 보여줄 모습들이 정말 많은 것도 제자신의 미래에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에요. 망가지는 거요? 물론 대환영이죠.(웃음) (황)정음 언니가 연기한 김혜진처럼 완전 못생기게 나오는 역할도 재밌을 것 같고요. 푼수기 있는 거나 백치미 넘치는 캐릭터도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음. 역할을 말했을 때 저절로 제가 떠올랐으면 해요. 조니 뎁이나 마리옹 꼬띠아르처럼 배우가 극에 완벽히 몰입해서 본인을 없애는 게 정말 멋있거든요. 그렇듯 저도 진정성이 보이고, 거짓이 아닌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게 참 어렵죠. 하지만 노력하면 언젠간 제게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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