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나쁜 관행’ 폐지하라면서...대안은 주었던가?
입력 2015-11-26 10:44 

벌써 12월이 코앞이다. 조직의 많은 리더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할 메시지들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 메시지에 빠짐없이 담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나쁜 관행을 없애자는 것이다. 굳이 연말연시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이는 수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조직과 폴로어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당부하는 것 중 하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말이 쉽지 이처럼 잘 안 되는 것도 없지 않은가? 습관에 관한 심리학자들의 연구들을 통해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측면 몇 가지를 살펴보자.
나쁜 관행은 일종의 나쁜 습관이다. 습관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누적되어 부지불식간에 행해지는 생각과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관행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나쁜 습관을 그 사람의 의지로 없애는 것이 가능할까? 이것에 강한 회의를 품고 있는 심리학자가 한 명 있다. 아니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수많은 심리학자들을 대표한다고 봐야 더 사실에 가깝다. 바로 플로리다 주립 대학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로이 보마이스터(Roy Baumeister) 교수다. 그는 관행이나 습관을 의지력으로만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늘 역설하는 사람 중 하나로 유명하다. 그가 자주 언급하는 ‘자아 고갈(ego depletion) 현상을 통해 이를 알아보자. 이는 억지로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자신을 채찍질 하면 이후의 다른 상황에서 자제력을 발휘하려 하지 않거나 통제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보마이스터 교수가 직접 연구한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매우 감동적인 영화를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정상이라면 매우 격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느낀 그 격한 감동과 흥분을 조금도 표현하지 않고 자제토록 했다. 그 다음 물건을 오래 쥘 수 있는 힘을 재는 기구인 악력계를 쥐고 버텨보라고 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었던 사람들에 비해 훨씬 약한 악력을 보였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초콜릿이나 달콤한 과자를 눈앞에 두고 먹지 않고 참으라고 한 경우에도 이후에 부여된 어려운 계산이나 논리 문제를 훨씬 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찍 포기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무관한 일인데도 말이다. 무언가를 억제하려고 사용되는 에너지는 다음에 오는 일에 관한 에너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심각하게 일어나는 경우는 어디일까? 보마이스터 교수의 이론을 이어 받아 인지 심리학자들이 실시한 다양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나쁜 습관 즉 관행을 끊어낼 때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텍사스 대학의 아트 마크먼(Art Markman) 교수가 즐겨 언급하는 예를 하나 살펴보자. 어느 회사원이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금연을 하던 중 부하직원의 무성의한 일처리에 매우 화가 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부하직원을 공개적으로 나무라지 않기 위해 감정을 애써 참으면서 일을 했다. 그 결과는? 일과가 끝나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담배 한 갑을 사서 피우는 것이다. 이제 흡연 욕구와 대항할 능력이 더는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쁜 관행과 습관은 이렇게 무언가 무관한 일을 사전에 많이 억제하고 참아내려고 했을 때 이후에 더 터져 나온다. 즉 심지어 무관한 일임에도 그 무언가를 억제하고 난 뒤에는 좋은 것을 하는 에너지보다 나쁜 것을 참아내는 에너지가 더 빨리 고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조직이나 사람이 위기에 처해있으면서 무언가를 막으려고 노력할 때 엉뚱한 다른 나쁜 관행이나 습관이 불쑥 터져 나오는 것을 우리는 흔히 목격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새로운 대안적 습관과 새로운 상황이다. TV를 보면서 군것질하는 습관을 없애려면 텔레비전을 보면서 손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취미를 가져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한 번쯤 돌아보자. 대안 없이 나쁜 습관이나 관행을 없애려 하고 있지 않은지. 그 결과는 엉뚱한 시점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다른 악습을 재확인하는 것뿐이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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