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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무한 도전, 조롱보다 박수를
입력 2015-11-26 06:01 
‘자, 이제 형 차례야.’ 손아섭(왼쪽)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1년 뒤로 미뤄졌다. 이제 황재균(16번)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황재균(롯데)이 26일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그 문을 두들긴다. 무모할지 모른다. 불과 이틀 전 팀 동료인 손아섭의 ‘충격적인 결과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전한다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황재균은 지난 24일 손아섭의 포스팅 실패 소식을 접했다. 응찰한 메어저리그 구단이 한 곳도 없었다. 예상 외였다. 구단도 놀랐으며, 야구팬도 놀랐다. 하지만 누구보다 충격이 컸을 건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손아섭일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서 준비 중인 황재균이다.
손아섭과 황재균은 큰 차이가 없다. 포지션(우익수-3루수)이나 타격,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개인 기량 등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은 앞서 포스팅 과정을 거친 박병호(넥센)와 차이가 있다.
대대적인 홍보가 없었다. 세일즈 기간이 짧아 제대로 구매자들에게 상품 가치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다. 시장도 수요 대비 공급이 넘친다. 1년 전 강정호(피츠버그)처럼 윈터미팅 이후 빈틈을 노리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모험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손아섭의 ‘첫 포스팅이 ‘실패로 끝난 게 전혀 뜻밖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황재균도 다르지 않다고. 손아섭의 사례를 고려했을 때, 황재균도 꿈보다 현실을 택하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손아섭의 무응찰 소식을 듣고도 포스팅 신청 의사를 피력했으며, 26일 정식 절차를 진행한다.
손아섭의 포스팅 좌절 후 인터넷 여론은 따뜻하지 못했다. 매우 차가웠다. 비난과 조롱 섞인 말들이 꽤 있었다. 메이저리그의 냉혹한 현실과 준비 부족 속에 높은 벽을 절감해야 한다면서 자존심이 구겨지면서 창피를 당했다는 것이다. 아예 우스꽝스런 별명을 만들고 선수를 깎아내리는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누구보다 자존심이 상하고 상처를 받은 건 선수다. 그리고 누구보다 현실을 깨닫고 있는 것도 선수다. 시쳇말로 ‘도박이다. 잘 알고 있다. 무모한 도전이라는 걸. 그렇지만 그 도전을 해보고 싶은 게 선수의 마음이자 꿈이다.

황재균 앞에도 숱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결코 평탄한 길이 아닐 것이다.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처음 마음먹었던 도전정신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는 분명 높이 평가돼야 하며 폄하돼선 안 된다.
큰 무대에 누구나 갈 수 없겠지만 누구나 못 갈 수도 없다. 국내 잔류 시 안정된 삶이 기다리고 있다. 황재균은 1년 후, 손아섭은 2년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다. 돈벼락을 맞을 수 있다. 그렇지만 명예와 부보다 꿈을 택한 이들이다. 자존심을 운운하며 발을 빼지도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수많은 선수가 있다. 몇몇은 그 꿈을 이뤘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만의 기준이 있다. 하지만 공통된 건 ‘도전한다는 마음이다. 부딪혀보겠다는 것이다. 확률이 낮을지언정, 기회가 있다면 도전하고 싶은 것이다.
창피할 수 있다. 기대에 한참 못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다 감수하고 있다. 그렇게 ‘멋진 도전이다. 무모할 지라도. 비난과 조롱보다는 힘찬 박수와 열띤 응원이 필요할 때다. 그리고 혹 다시 한 번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 따뜻한 격려로 감싸줘야 하지 않을까. 도전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한 번 더 높이 날 다음 도전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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