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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수지 "스스로 채찍질 많이 하는 편이죠"
입력 2015-11-25 19:45 
영화 '도리화가' 조선 최초 여성 소리꾼 진채선 役
"가수도 배우들만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에요"
"회사에서 시켰던 연기, 재미있어졌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이제 연기가 재미있어졌다"는 배수지(21)에게 언짢을지 모를 질문을 던졌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수두룩한, 특히 연극 무대에는 무명 배우들의 감정 연기에 눈물 흘리는 관객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출신 배수지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저도 감성이 풍부한 편인 것 같은데요. 가수도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에요. 그런 감성적인 면이 플러스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가수 활동이나 광고를 많이 찍어서 이미지적인 게 강하다는 것 저도 알고 있어요. 연기자로서, 특히 이번에는 사투리를 쓰고 다른 모습으로 나오니 낯설어서 더 어색해 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배수지는 거침없이 답했다. 이어 외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닝북'에서 제니퍼 로렌스가 춤을 추는 장면을 언급하며 "전문적으로 춤을 배운 것 같진 않지만 감정이 자연스럽게 보이더라. 전문적으로,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이 잘 전달되면 예뻐 보이고 멋져 보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제니퍼를 보고 '도리화가' 속 진채선을 연기하기 위한 영감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조선최초 여성 소리꾼 진채선이 된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로도 들렸다.
수지는 영화 '건축학개론' 흥행 이후 캐스팅 요청이 많았을 텐데도 참여하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없었다. 마음을 잡아끈 첫 작품이 '도리화가'였다. 수지는 "운명을 만난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과 그녀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의 이야기를 그린 '도리화가'. 소재부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도전하고 싶었다. 예전 연습생 시절이 떠올랐고, 울컥했다. 물론 이상과 현실은 다fm다. 박애리 명창에게 도움을 받았지만 가요와는 또 달랐다.
"판소리는 악보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머릿속으로 음을 그리듯 연습해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돌아서면 잊어버리더라고요.(웃음) 배울 때마다 음이 달라져서 매번 녹음한 걸 반복해 들으며 연습했어요. 그러더니 나중에 녹음한 것이 처음 녹음한 것보다 좋아졌죠."
영화는 혹독한 훈련을 하며 성장하는 진채선의 모습도 담겼다. 과거 연습생 시절을 떠올리게 할 법도 하다. 진채선과 수지는 많이도 닮았다. 수지는 "독기와 오기가 있다는 점이 같다"고 웃었다.
"스스로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옛날에는 더 심했던 것 같고요. 연습생 시절 일기장에 쓴 글을 보면 '와, 내가 이런 글도 썼구나'라고 새삼 무서울 정도로 의지에 불타올라 이상한 걸 많이 써놨더라고요(웃음). 어떤 거냐고요? 음, '연습실 오래 남아있기', '제일 먼저 연습실 가기'도 있었는데 '누가 먼저 가 있어서 짜증이 났다'라는 글도 기억나요. 하하."
류승룡과는 동경의 대상이면서 사랑의 감정도 풍기는 연기를 해야 했다. 배수지는 "채선의 입장에서는 신재효가 스승님이기 때문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사랑도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도 잃고 홀로 외롭게 살아온 채선에게 신재효는 아버지 같기도 하고, 유일하게 자신을 알아봐 주고 목숨을 걸고 제자로 키워주는 데 대한 존경과 사랑의 감정을 열심히 표현했다"며 "물론 스승과 제자이기 때문에 쉽사리 감정을 내비치지 못하는 점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수지는 사실 연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회사의 권유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흘러 욕심이 생기고 꿈도 커졌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해 초반에는 재미를 못 느꼈죠. 지금은 재미도 재미지만 촬영 모니터 보면서 '아쉽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수지는 내년 KBS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로 시청자를 찾아온다. 연기가 재미있긴 한가 보다.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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