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지금 감옥에 넣더라도, 여전히 범인은 저 바깥 어딘가서 활개치고 다닐 겁니다.”
지난 1999년 연쇄 성폭행 혐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법정에 섰던 루이스 로렌조 바가스(46)의 마지막 항변이었다. 무고한 바가스의 말은 머잖아 사실로 드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감방을 떠날 수 없었다. 16년이 흘러 지난 23일(현지시간) 비로소 무죄를 인정받은 바가스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어머니 품에 안겼다.
바가스는 1998년 2~5월 사이 LA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3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피해 여성들이 ‘왼쪽 눈 밑에 2개의 눈물방울 문신이 있는 라틴계 남성이 범인이라고 진술한데다, 법정에서까지 바가스를 범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바가스의 왼쪽 눈 밑에는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리려 새겼던 희미한 눈물방울 문신 자국이 있었다. 그는 범행 시각에 자신이 일하는 빵집에서 근무 중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일하던 빵집이 근무 기록지를 만들지 않아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바가스가 감옥에 간 후에도 성폭행 사건은 그칠 줄 몰랐다. 치를 떤 경찰은 범인에게 ‘눈물방울 강간범이란 별명을 붙였다. 1995년 이후로 LA지역에서 이 강간범이 저지른 사건만 무려 39건에 이른다. 이 중 27건은 바가스가 이미 잡혀들어간 2000년대 들어 발생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과학수사가 발달하며 반전이 찾아왔다. 바가스는 2012년 한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법원에 DNA 대조검사를 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검사 결과 피해자들의 옷에서 검출된 DNA와 바가스의 DNA가 다름이 뒤늦게 밝혀졌다.
바가스의 어머니는 아직도 억울함에 분노를 느낀다”며 이런 일이 다른 이에게 결코 벌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6세 된 바가스의 딸은 아버지의 수감으로 어린 시절이 망가졌다”고 토로하며 아버지 석방때까지 결혼식을 미뤄 왔는데, 아버지와 함께 식장에 들어서는 꿈이 비로소 이뤄지게 됐다”고 미소지었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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