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주택시장 공급과잉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취임 후 처음 주택업계 대표(CEO)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하지만 강 장관은 공급문제가 주택시장 뇌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불안과 우려가 확산돼 시장이 급격히 식는 것을 막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취임 후 처음 주택업계 CEO들과 만나 최근 주택 인·허가가 과거 추세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면서 향후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신규주택 수요, 지역여건 등을 감안해 적정한 수준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주택 공급물량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공급된 물량이 입주하는 2017년 이후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다”며 당장 대책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시장을 모니터링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은 60만 가구를 돌파했다. 연말까지 인·허가 물량은 1990년 이후 25년만에 7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분양물량도 예년의 1.5~2배 수준인 50만 가구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창민 한국주택협회장은 올해 공급물량 증가는 주택수요 증가에 따른 시장수급상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가계대출 부실과 입주대란 문제 발생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주택업계 대표들은 공급과잉보다 금융당국의 주택대출 규제가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다. 박 회장은 집단대출 중단은 주택시장 기반 붕괴를 초래할 수 있고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단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을 급랭시킬 수 있다”며 분양주택 집단대출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대상에서 계속 제외하고 비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적용 등 금융규제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금융회사·연기금 등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강 장관은 뉴스테이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무적 투자자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재무적 투자자가 우선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우선주 출자를 이미 허용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건설사 부담을 덜어주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강 장관은 다음 달 있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용지 4차 공모부터 시공사 출자 의무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공사가 리츠에 지분을 출자하지 않고 단순 시공자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경우도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재무적 투자자는 뉴스테이 건설 후 자유롭게 지분 매각이 가능하지만 건설사는 어려움이 있다”며 건설사의 경우 공실 없이 임대가 어느 정도 안정되는 2∼4년 정도 뒤에 지분 매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