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혹행위로 배상금 받은 절도범들 또 절도 행각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돼 수천만원씩 국가배상을 받은 당사자들이 절도 행각을 되풀이하다 또다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23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이모(40)씨와 진모(33)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돼 이 법원 형사2단독 박광우 부장판사 심리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씨 등은 9월7일 정오께 서울 구로동의 한 다세대주택 빈집에 들어가 금반지 등 18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09년 12월 서울 양천경찰서에 절도 혐의로 체포돼 조사를 받던 중 뒤로 수갑을 채운 채 두 팔을 꺾어올리는 가혹행위인 이른바 '날개꺾기' 등을 당한 피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들을 포함한 피의자 21명이 양천경찰서에 붙잡혀 조사를 받다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발표해 담당 경찰관들이 파면되고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등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씨와 진씨는 이후 범행이 인정돼 실형을 살았지만, 가혹행위를 당한 데 대해서는 각각 1억 5천만원과 2억원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고는 각 2천만원과 2천250만원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2012년 5월 또다시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빈집을 털어 2천100만원 어치의 금품을 챙겼다가 구속됐습니다.

이번에도 출소 후 같은 수법의 범행을 되풀이하다가 꼬리를 잡혔습니다.

경찰은 전과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날개꺾기 사건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둘이 합해 절도 전과만 40범에 이르는 이들은 "함께 장사를 시작하려고 인근에 점포를 알아보러 갔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폐쇄회로TV와 피해자 집에 남아 있던 족적을 통해 혐의가 입증돼 재판에 넘겨졌으며, 이들은 뒤늦게 범행을 인정하고 재판부에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양천서 날개꺾기 피해자가 배상금을 받고서 출소해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3년에는 가혹행위 피해자 정모(36)씨가 성동구 마장동의 빈집을 털어 7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정씨도 국가배상금으로 숙박업소를 전전하다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