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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악전고투’ 그럴수록 한국은 단단해졌다
입력 2015-11-21 22:41 
이번 프리미어12에 참가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경기 외에 여러 악조건과 싸웠다.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거듭될수록 강해졌고 마침내 챔피언 자리까지 차지한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정말 ‘악전고투 그 자체였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의 야구 부활을 위해 만들어진 첫 대회인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 그러다보니 운영에 있어서 엉성한 점이 많았다. 주최국에 대한 밀어주기도 도를 넘어섰다. 온갖 악조건을 가득 안고 시작한 한국 야구대표팀. 그러나 어려움은 대표팀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은 더 단단해졌고 결국 최후의 승자까지 차지하게 됐다.
약 14일간 일본과 대만 각 지역에서 펼쳐진 프리미어12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야구의 국제화를 목표로 세계랭킹 1위부터 12위까지의 국가가 참여해 자웅을 거뤘다. 그리고 결과는 한국의 우승. 당초 우승이 유력했던 개최국 일본에 통쾌한 한 방을 선사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 대회다보니 운영이 미숙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정은 오락가락, 경기 장소가 갑자기 바뀌기까지 했다. 훈련을 위해 새벽 4시에 공항으로 이동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대만에서 치러진 조별예선은 대만과 일본 등 몇몇 국가들의 경기를 제외하고 관중도 얼마 없어 보는 이들을 민망하게 만들었다.
이에 가장 피해보는 것은 대회를 치르는 선수들.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펼쳐야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약 2주간에 힘겨운 대회 일정을 치렀다. 말 그대로 ‘악전고투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강했다. 정확히는 점점 강해졌다. 일본 내에서 자국 흥행고취를 위해 한국은 일본과 삿포로에서 먼저 개막전을 치르는 괴상한 일정으로 대회를 시작했다. 이후 다시 대만으로 향하는 수고스러움을 겪었다. 어떤 선수들은 실전 경기감각이 떨어졌고 다른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지쳤다. 이에 일본에게 개막전 영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일본의 젊은 선발 오오타니 쇼헤이에게 철저히 막히며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국내에서는 위기론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대만에서 치러진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조별예선 2차전부터 이후 베네수엘라, 멕시코전까지 3연승을 달렸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타선은 불을 뿜었고 걱정이었던 마운드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준결승전에서 일본, 결승전에서는 미국을 꺾고 초대 대회 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기세는 쿠바와의 8강전으로 이어졌고 준결승전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개막전 영패의 굴욕을 안겼던 일본을 상대로 9회 대역전극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당시 당했던 수모를 일본에게 배 이상으로 갚아줬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 이미 기세가 하늘을 찌른 한국에게 미국의 전력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초반부터 맹타를 과시한 한국은 박병호의 우승 축포까지 터지며 손쉬운 승리를 차지했고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선수들 스스로가 위기를 이겨냈고 경기 외적인 어려움은 경기장서 직접 해결했다. 실력은 충분했으나 조건이 불충분했던 한국의 이번 프리미어12 도전기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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