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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명장’ 김인식의 가치, 위기서 더 빛났다
입력 2015-11-21 22:40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명장은 이래서 명장인가 보다. 4번째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이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을 2015 WBSC 프리미어12 초대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위기서 명장의 가치는 더 빛났다.
한국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프리미어12 결승전서 미국을 8-0으로 꺾고 초대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대회 이전 우승은커녕 토너먼트 진출마저 의심을 받았지만 우승의 화려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인식 감독 개인으로는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은 2번째 국가대표 우승. 총 4차례의 국가대표 경력서 한 번도 4강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위업도 달성했다. 처음으로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은 2002년 6전 전승으로 우승을 거뒀고, 2006년 제 1회 WBC 감독을 맡아 6승1패를 기록하며 야구월드컵 4강에 올랐다. 이후 2009년 제 2회 WBC 지휘봉을 다시 잡아 준우승을 거둔데 이어 다시 금메달로 화려한 방점을 찍었다.
지난 2009년 국가대표 감독서 물러난 이후 무려 6년만의 현장 복귀. 김 감독 개인의 지도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표팀 전력에 대한 물음표도 가득했다. KBO 기술위원장으로 꾸준히 야구계의 큰어른으로 현장에 있었지만 변화의 속도가 빠른 야구계서 그간의 공백이 크게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있었다.
특히 지난 수년간 대표팀 마운드의 주축 투수였던 류현진(LA다저스), 윤석민-양현종(이상 KIA),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이상 삼성)이 각각 부상과 원정도박 연루 등으로 엔트리서 제외된 상황. 거기에 강정호(피츠버그)와 추신수(텍사스)등의 해외파도 참여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하면서 대표팀 전력은 역대 최약체라는 전망도 있었다.
2020년 올림픽서 야구 종목의 복귀를 노리는 일본은 일찌감치 최강전력을 꾸리겠다고 공언한 상황. 더군다나 WBSC 랭킹 12위권내에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팀은 한 팀도 없었다. 분명한 위기.
김인식 감독조차 대표팀이 구성된 직후 타격은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운드가 걱정이 크다”면서 결국 지난 2013 WBC도 타자들이 못 친 부분도 크지만 투수들이 못 막았던 부분이 크지 않나 싶다”며 대표팀 마운드에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기 쉽지 않았다. 거기에 소집시기도 짧아 제대로 된 실전도 치르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대회 이후 대표팀의 ‘약점으로 꼽혔던 조각들은 오히려 ‘강점으로 뭉쳐 도드라졌다. 특히 마운드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였다. 쿠바와의 2번의 평가전을 통해 김 감독은 마운드 운영의 그림을 그렸고, 대회에서 ‘냉철한 승부사이자 ‘전략가로 거침없이 팀을 지휘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이어진 신들린듯한 교체와 용병술은 개막전 일본과의 완패 정도를 제외하면 대회내내 계속 이어졌다.
김 감독은 국제대회라는 특수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5회 이전에 2실점 이하를 한 선발 투수를 내리는 운용을 자주 택했고, 이는 대부분 성공했다. 이것에 대해 페넌트레이스와 국제대회와 같은 단기전 운용은 다르다. 경험이 적은 감독들이 실패를 하는 경우 종종 이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보유한 명장은 단호하다 싶을 정도의 과감한 리더쉽과 정확한 판단으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마운드 운용은 선택과 집중이 빛났다. 대부분의 투수들을 두루 활용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와 상황에 필요한 자원들을 배치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의 동기 유발과 긴장감 유지는 놓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확정된 보직이나 상황에 대한 언급을 받지 못했기에 늘 100% 준비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선수들에게는 확실한 믿음을 부여했다. 해당 선수들이 더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에는 김 감독 특유의 리더쉽이 한 몫을 했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돌발 악재도 있었다. 바로 연이은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 주전 중견수 이용규가 급체 등으로 컨디션이 대회 내내 좋지 않았고, 민병헌이 발등에 타구를 맞기도 했다. 거기에 손아섭, 박병호, 강민호 등이 시즌 중부터 갖고 있었던 부상으로 정상 출전이 어려운 상황도 연출됐다.
하지만 이를 적절한 대체선수 운용 등으로 잘 이겨냈다. 이용규의 출전이 불발됐을 때 나성범을 중견수로 기용하고 손아섭이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적절한 휴식을 준 민병헌을 투입하고 주전 포수 강민호의 컨디션이 좋지 않자 양의지를 투입하는 과정. 그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했지만 너무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웠기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팀 전체가 하나된 모습이었다는 것이 더욱 대단한 점이었다.
이 시대에 많은 명장들이 있다. 그렇지만 국가대표팀에서 이만한 업적을 보여준 감독을 다시 꼽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우승을 했기 때문에서만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준 명장의 품격은 김인식 감독이 왜 그라운드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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