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범현대가 '정주영 탄생 100주년' 맞아 합심한다…
입력 2015-11-21 13:44  | 수정 2015-11-23 10:40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던 범현대가가 오랜만에 합심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대대적으로 조명해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자손 또는 친인척으로서 '현대'라는 타이틀을 걸고 기업을 운영해왔으나 정작 관계가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명실 공히 범현대가의 장자로 자리를 굳힌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현대해상, 한라, KCC 등이 직간접적으로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양으로는 범현대가가 모두 기념사업에 일조하는 형식이지만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한 음악회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렸습니다.

당일 행사에는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회장, 정몽원 한라 회장, 정몽진 KCC 회장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집안 제사 외에 공식 석상에서 모두 모인 것은 극히 드문 일입니다.

오는 23~24일에는 하얏트호텔에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생애와 인간적 면모를 담은 사진전, 24일에는 '아산 정주영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열립니다. 이날 행사에는 정몽구 회장을 비롯해 범현대가 오너들이 또다시 총출동할 예정입니다.

이들의 회동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범현대가에서 어려움을 처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최근 해운 시황 악화로 주력인 현대상선 매각까지 검토하는 등 경영난에 처해있습니다. 정몽준 이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 또한 지난해 3조원 적자에 이어 올해도 조원 단위 영업 손실로 벼랑 끝에 몰려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고 정주영 명예회장 기념식을 계기로 모인 범현대가가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과거 현대건설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범현대가는 기본적으로 고 정주영 회장이 만든 기업을 다른 성씨의 사람에게 넘길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현대 계열 기업들이 위기에 처해 매각 대상이 되면 우선적으로 범현대가에서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23일에는 학계 연구자 20명이 참여해 총 4권으로 만든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 대한 연구 서적 발간 및 기념 학술 행사가 열린다. 기념 특강과 사진전 등이 열리며 기념주화도 제작됐습니다.

현대백화점은 100주년 특별 기념품으로 '정주영 주화'와 '정주영 기념 우표첩', 만화 '정주영' 등 3종을 총 1천600명에게 무료 증정합니다. 이번에 제작된 '정주영 주화'는 아산의 생전 모습을 담은 순금 주화로 100개가 한정 생산됐습니다. 오는 29일까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업적 중 하나인 서산 간척지에서 재배된 쌀 3㎏이 20만원 이상 구매고객 총 5천명에게 선착순으로 증정됩니다.

김문현 현대중공업 자문역은 정주영 회장의 어록과 에피소드를 친숙한 언어로 재해석한 책인 '정주영은 살아있다'를 지난 3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11월 사보에 거의 모든 면을 할애하면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업적과 발자취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범현대가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현대맨에게는 신화와 같은 존재"라면서 "그를 회고하면서 후손끼리 뭉치고 정주영을 뛰어넘는 신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