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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사우스포` 제이크 질렌할, 감동의 권투 워리어 혹은 록키
입력 2015-11-18 09:1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권투 선수를 소재로 한 작품은 뻔한 이야기가 있다. 승승장구하던 이가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재기에 성공한다는 전개다. 그런데도 감동적일 수 있다. 스포츠가 전하는 특유의 매력이 영화에 고스란히 전이될 때 특히 그렇다.
영화 '사우스포'(감독 안톤 후쿠아)도 그 공식을 좇는다.
43승 0패 복싱 세계챔피언 빌리 호프(제이크 질렌할). 호화로운 삶을 살던 그는 한순간의 실수로 아내 모린(레이첼 맥아덤즈)을 죽음으로 내몬다.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술과 약에 취한 빌리는 양육 재판까지 가게 되고 하나뿐인 딸까지 만나게 되지 못한다. 가장 높은 곳에 있다가 바닥으로 떨어진 빌리. 멘토 틱 윌리스(포레스트 휘태커)를 만나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이름처럼, '희망(hope)' 가득한 글러브를 다시 낀다.
많이 보던 구조지만 그 이야기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 덕이 가장 크다. 아내를 잃고 술과 약에 취해 아이를 방치하는 아빠. 자기감정을 절제 못해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딸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가까스로 일어난다. 권투선수로서 평정심을 찾고, 또 아빠로 성장하는 모습이 영화에 잘 녹아 있다. 제이크 질렌할의 부성애 연기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뻔하다', '뻔하다'를 되뇌어도 극이 전개됨에 따라 감동의 눈물을 떨어뜨릴 만하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더 그렇다. 물론 부모만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제이크 질렌할이 충분한 감동을 전하는 멋진 '전사'로 스크린을 빛낸다. 특히 그의 눈빛에 매료될 만하다. 혹자는 록키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레이첼 맥아덤즈의 비중이 높지 않아 아쉬운 팬들도 있겠지만, 제이크 질렌할과 빌리의 재기를 도와주는 코치 역의 포레스트 휘태커가 강력한 호흡을 자랑해 관객의 관심을 끌 만하다. 딸 레일라 역의 우나 로렌스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눈물을 쏙 뺀다.
마지막 권투 경기 장면의 경우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을 정도다. 감동이 차오른다. 빌리 호프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는 당신을 보게 되지 않을까.
매일 6시간 이상 5개월간 트레이닝 받은 제이크 질렌할의 권투 스타일이 초반과 중반, 후반부 달라지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 상대가 헛방을 날릴 때 맞받아치는 기술, 통쾌하다.
영화는 나름의 교훈도 있다. 모든 걸 잃고 후회하면 늦는다는 것과 인간사 모르는 것이니 설령 안타까운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다시 일어나 싸울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우스포'는 야구나 권투에서 왼손잡이 선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가수 에미넴이 영화 OST에 참여, 권투 경기와 어울리는 목소리와 노래를 가미한다.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12월3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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