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인터뷰] 돌아온 ‘밤의남자’ 성두섭, 농익은 성숙함을 더하다
입력 2015-11-17 18:05  | 수정 2015-11-17 18:25
[MBN스타 금빛나 기자] 3년 만에 뮤지컬 ‘풍월주의 운루를 찾은 배우 성두섭의 두 눈은 더욱 깊어져 있었다. 서글서글한 그의 웃음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으며, 단어 하나 허투루 내뱉지 않은 신중한 목소리에는 여유로움도 함께 묻어나기까지 했다.

진성여왕이 통치하던 고대 신라시대, 신분이 높은 여인들을 접대하는 가상의 기방 운루를 배경으로 하는 ‘풍월주는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여왕 사이 얽히고설킨 운명을 다룬 작품이다. 꽃미남 집단인 풍월 중에서도 으뜸이 되는 풍월로 꼽히는 열은 외모는 물론 뛰어난 가무실력과 뛰어난 언변과 풍부한 지식, 눈치와 센스까지 겸비한 최고의 남자이다. 그런 그가 운루에서 풍월로 남아있는 유일한 이유는 가족과도 같은 친구 사담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풍월주에서 최고의 ‘밤의 남자 열로 분한 성두섭은 운루를 찾아온 뭇 여인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중이다. 성두섭이 열의 역할은 맡은 건 2012년 초연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일단 ‘풍월주는 음악이 무척이나 좋고 가을에 잘 어울리는 뮤지컬이에요. 쓸쓸한 듯하면서도 외롭고, 소재 또한 독특하잖아요. 작품을 봤을 때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생각했죠. 사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특유의 분위기가 아닐까 싶어요.”

초연배우였던 그가 다시 ‘풍월주로 돌아올 만큼, 성두섭이 작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은 무척이나 컸다. 작품 자체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를 통해 관객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훈훈한 외모에 안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로 ‘풍월주 속 열을 완벽하게 표현한 성두섭은 이를 통해 팬들의 사랑 속에서 빠르게 ‘주목받는 차세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초연 당시 ‘풍월주 다 끝내고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이 나중에 무대에 오르게 된다면 꼭 다시 한 번 더 출연하겠다고.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애정도 깊었고, 무엇보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했거든요. 티 나게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랄까, 팬들이 줄 서서 기다려 주신 것도 ‘풍월주가 처음이었고…그래서 나중에 다시 올라오면 더욱 더 좋아진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 뵙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었죠. 비록 재연 때는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번 ‘풍월주가 초연의 버전으로 돌아간다는 소릴 듣고 ‘이번에 꼭 해야겠다했어요.”

초연의 ‘풍월주에서 성두섭이 보여준 열이 어딘 듯 위태로우면서도 패기 넘치는 20대의 젊은 남성이었다면, 2015년 ‘풍월주에서 성두섭이 보여주는 어딘 듯 아련하면서도 쓸쓸함이 느껴지는 30대 남성에 더 가까웠다. 물론 현실적인 나이의 변화가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풍기는 분위기에서 조금 더 농익어진 성숙함과 연기에 대한 무게가 깊어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성두섭은 무대와 연출이 주는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대본은 초연으로 돌아갔지만, 연출과 무대 디자이너가 달라진 만큼, 이에 따른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성두섭은 초연의 무대에서 위태로움을, 그리고 이번 무대에서 쓸쓸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표현하자고 하는 열은 같아요. 다만 이번에 연기할 때는 초연 때 놓쳤던 부분들을 살리고자 노력했죠. 초연 때는 거의 모든 감정들을 꾹꾹 눌러가면서 열을 표현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상황도 상황이지만, 연출님도 그런 부분을 요했던 것도 있었고요. 여담이지만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초연 때 연기했던 것을 우연치 않게 봤는데 굉장히 낯설더라고요. 굉장히 시크하다고나 할까요. 물론 그거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제가 느껴지는 대로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됐죠. 모든 것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표현하게 됐교. 어느 부분에서는 열이를 드러내서 보여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열이가 바늘이라면 실과 같은 사담을 연기하는 세 명의 배우들과의 합은 어떠할까. 성두섭은 김지휘, 김성철, 윤나무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에너지가 무척이나 다르다며 각자의 합에 대해 털어놓았다.

사담 역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제가 무대에서 주는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먼저 지휘의 경우 외모에서 느껴지는 ‘여리여리가 있어, 사담과 가장 잘 어울린다면, 막내인 성철이는 젊음에서 주는 특유의 파이팅이 있죠. 옆에 있으면 ‘열심히 해야지 하는 패기가 보인다고 할까요.(웃음) 반면 나무는 무척 여유로워요. 연기 관점이 뚜렷해서 그런지, 만들고자 하는 캐릭터가 분명하게 있죠. 목표점은 똑같은데 셋 다 분석이 다른 만큼 함께 하는 재미도 있고, 그만큼 무대에서 받을 때 느낌도 달라요.”

음악극 ‘유럽블로그가 끝나고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 이어 ‘풍월주까지, 2015년 성두섭은 참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 작품을 마치고 바로 후속 작품으로 연기를 이어온 성두섭은 연극 ‘나무 위의 군대로 2015년의 한 해를 마무리 한다. 뮤지컬에서 주로 활동했던 성두섭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밀당의 탄생 이후 4년 만이다. ‘풍월주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취할까도 생각했던 성두섭이 마음을 돌린 것은 연극 무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연극은 늘 하고 싶었어요. ‘밀당의 탄생이나 ‘유럽 블로그는 연극이라고 치기에는 음악이 들어가 있고, 소재가 주는 특유의 가벼움도 있었죠. 묵직하면서도 심도 있는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는 작품,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또래 배우들과의 작업은 즐거웠지만, 연기에 있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죠. 생각만 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는데 놓칠 수는 없었죠. 얼마 전부터 연습에 돌입했는데 ‘아 연극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성두섭은 욕심이 많은 배우였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스스로를 평가한 성두섭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선생님들과 작업을 하면서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 성두섭의 목소리에서는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강한 소망이 담겨있었다.

연극은 저로 하여금 공부를 하게 만들어요. 훨씬 더 깊게 드라마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죠. 계속 실력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것을 보면 여전히 저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노래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기톤이 독특한데 끌리는 매력이 있는 스타일도 아니죠. 간혹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호흡을 가진 배우를 볼 때면 부러울 때도 있어요. 스스로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 부족함을 알기에,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어요.”


말은 이렇게 해도 성두섭은 어떤 배역이든지 자신의 방식으로 성실하게 소화해 내는 실력파 배우이다. 성두섭의 가장 큰 장점은 기복이 없어 관객들로 하여금 믿고 볼 수 있는 안정적인 연기다. 그리고 이러한 성두섭의 실력 뒤에는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언제나 한결 같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객석에는 분명 공연을 처음 보는 사람도 있기에 ‘이 작품이 이런 내용이구나라는 것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제가 애드립 없는 배우로 유명하더라고요.(웃음) 그런 것은 제가 추구하는 연기와 거리가 멀어요. 몇 번 보는 사람들에게는 배우의 애드립으로 웃음을 줄 수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이해가 안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 보는 관객에게 ‘왜 웃지, 나는 왜 웃는지 모르겠는데라고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요. ‘애드립 시도는 연습실에서가 제 신념이에요. 그렇다고 제가 배우들은 애드립을 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것일 뿐이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터뷰를 통해 경험한 성두섭은 무대 위에서나 밖에서나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욕심, 그리고 변하지 않는 소신은 앞으로도 그가 무대 위에서 보여줄 연기를 기대하게끔 했다.

배우로서 조금 더 목표로 하는 것이 있다면 영상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에요. 사실 1년 전만 해도 지금 나아가지 않으면 영영 발전할 수 없을 것 같은 조급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에요. 아등바등 발버둥 쳐봤자 되는 것도 아니고, 분명 때가 되면 기회는 올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그때까지 부지런히 준비하면서 저의 할 일을 해 나가고자 합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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