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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성과 중심으로 연말인사" 칼 빼든 농협금융
입력 2015-11-17 17:22  | 수정 2015-11-18 11:21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취임 6개월여 만에 칼을 빼들었다. 계열사 대표이사(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철저하게 성과 중심 인사를 펼치겠다고 강조하면서 연말 임직원 인사 때 대폭 물갈이를 예고했다.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6일 김 회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 김용복 농협생명 대표 등 계열사 CEO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경영관리협의회'를 열고 올해 말 인사 방침과 내년 경영계획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다가오는 연말 인사에서 취임 후 계속 강조해온 능력·성과 중심 인사를 반드시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학연과 지연을 철저히 타파하고, 특히 인사청탁 행위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성과 중심 인사와 조직문화를 농협금융에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회장 발언은 김주하 농협은행장을 포함한 주요 임원들 연말 임기 만료에 따른 조직 내 어수선한 분위기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김 행장 외에 최상록 수석부행장과 이종훈·김광훈·신승진 부행장 임기가 연말에 종료된다. 농협지주 계열사 대표 중에는 내년 1월 말 김학현 NH농협손보 사장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 임기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벌써 새 은행장 후보자에게 줄을 서는 등 부적절한 행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김 회장 발언은 직원들이 인사철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올해 영업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 발언에는 취임 6개월을 맞아 조직 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자기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는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 김주하 현 농협은행장이 연임하기보다는 신임 은행장이 취임할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김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영업력 강화와 리스크 관리 등에서 뛰어난 실적을 내면서 농협은행장 최초로 연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현재 김 행장 외에 행장 후보군으로는 이경섭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최상록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이 중 이 부사장이 지주에 근무하면서 김 회장과 직접 손발을 맞췄다는 점에서 좀 더 유력한 후보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온다. 김주하 행장도 2013년 임종룡 당시 농협금융지주 회장(현 금융위원장) 추천을 받아 지주 부사장에서 은행장이 된 사례다.
임원뿐 아니라 직원 인사에서도 철저하게 개인 성과를 반영하기로 했다.
인사 이동은 물론 리스크 관리, 외국 진출 강화 등 농협금융 체질 개선을 위한 대규모 조직개편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날 김 회장은 그간 농협금융 취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여신심사 기능을 강화해 향후 2년 동안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나서 수익원을 개발해 나갈 뜻도 천명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과 사모펀드 등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용환 회장이)지주 회장으로서 이번 연말 인사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번 연말 인사는 다음 인사에 본보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철저히 영업 성적에 기반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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