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S 격퇴 모두 다른 속내…간단치 않은 슈퍼연합군 탄생
입력 2015-11-17 17:12 

#. 15일 단행된 공습으로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시리아 락까에 16일 새벽 또다시 프랑스 라팔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나타났다.
129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파리 테러를 자행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향해 24발의 폭탄세례를 퍼부었고 IS 군사시설은 불바다가 됐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의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이 강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며 IS 격퇴 선봉장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상태다.
#. 같은 시각 ‘하늘을 나는 탱크킬러로 불리는 미군의 지상공격특수기 A-10썬더볼트도 락까 남쪽에 위치한 데이르 에주르 IS원유기지를 덮쳤다. A-10의 GAU30mm 기관포가 불을 뿜고 매버릭 미사일은 IS 자금줄인 원유수송 트럭을 산산조각 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 취임후 처음으로 베르사이유궁 상·하원 합동연설 강단에 섰다. 그는 이 전쟁은 문명사회 내부의 것이 아니라 전세계를 위협하는 야만적 지하디스트들과의 전쟁”이라며 세계가 뭉쳐야 이길수 있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우방국가들을 향해 IS 격퇴를 위한 십자군 동맹에 참여해 줄 것을 공개 요구한 셈이다.

공공의 적 IS를 뿌리뽑아야 한다는데 각국 정상들 사이에 이견은 없다. 문제는 IS 격퇴를 위한 ‘방법론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중동을 두고 얽히고 설킨 각국의 이해와 자국내 정치상황때문에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수퍼연합군 탄생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장 프랑스가 가장 의지하는 미국은 표면적으로 적극적인 IS격퇴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지상군 파견 등 군사작전 범위에 대한 수위조절에 애를 먹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터키 G20 정상회의 직후 IS는 거대한 악이지만 지상군을 파견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며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파견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줄곧 지상군 파견에 부정적이었다. 파리 테러를 계기로 IS봉쇄전략이 격퇴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외부압박에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분위기가 미국 내부에 존재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프랑스의 전투참여 확대 요청에 대해서도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앞으로 대응은 프랑스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며 선을 그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상군 투입여부가 연합군 형성의 관건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고 이날 전했다.
EU(유럽연합)내 우방인 독일·영국도 반응이 미지근하다. 기존에 해왔던 공습지원 외에 추가 대응을 발표한 곳이 없다.
EU 구심점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난민수용 확대 조치로 테러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비난여론 때문에 진땀을 빼는 중이다. 바깥일을 챙길 여유가 당장 없다는 얘기다.
가장 셈법이 복잡해진 EU정상은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다. 캐머런 총리는 최근 EU 주요 국가에 EU 탈퇴(브렉시트) 투표여부를 놓고 영국측의 요구사항을 전달해놓은 상태다. 요구 핵심은 난민수용의무 완화, IS퇴치작전 재정적 부담 완화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파리 테러로 EU회원국 다수가 난민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IS퇴치작전 협조 요구 목소리는 더 커지게 됐다. G20국가 중 같은 불어권 국가인 캐나다는 이미 발을 뺐다. 진보좌파 성향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그간 지원하던 공습 전투기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파리테러는 안타깝지만 이해관계가 없는 제 3자 싸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전방위적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는 국가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 때 올랑드 대통령이 맹비난했던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전문가들은 푸틴대통령이 IS를 제거하는 군사작전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IS폭탄테러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여격기 희생자에 대한 보복과 함께 국제 정치무대에도 화려하게 복귀하는 무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장에서 러시아는 국제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힘을 합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과 여전히 이해관계가 극과극인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처리문제다. 푸틴 대통령이 아사드 정권 지원을 중단하든지, 오바마 대통령이 아사드 정권유지를 눈감든지 어느 한쪽이 양보해야 사상 초유의 미·러 연합군이 탄생하게 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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