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일란 쿠르디`에 門 걸어 잠그는 세계…난민거부 확산
입력 2015-11-17 17:08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리스트가 가담한 파리 연쇄 테러 여파로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국경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반(反)난민 강경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벌써부터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난민수용 강행 방침에도 불구하고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주가 속출하고 있다. 통행이 자유로웠던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국경통제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앨라배마, 텍사스를 비롯해 미국 24개주가 시리아 난민수용 거부 방침을 밝혔다. 파리 테러 용의자 일부가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해 유럽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가안보차원에서 시리아 난민을 무작정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이 다. 미시건주는 최근까지만 해도 연방정부와 시리아 난민 수용 대책을 논의해 왔지만 파리 테러 이후 입장을 뒤집었다. 난민수용을 거부한 주지사들은 인도적 차원의 난민수용도 중요하지만 주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며 확실한 안전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연방정부가 난민을 각주에 배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난민수용을 거부한 주 대부분은 야당인 공화당이 집권한 곳이다. 하지만 뉴햄프셔의 경우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집권하고 있음에도 파리 테러를 이유로 난민수용을 거부했다. 미국 50개 주중 공화당이 집권한 주는 31개여서 향후 난민수용을 거부하는 주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난민심사를 강화해 테러 용의자를 추려낼 수 있다”며 난민수용 방침을 강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난민수용에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게 됐다. 공화당 대선주자들도 난민수용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대선 이슈가 테러와 난민문제로 옮겨 붙으면서 대선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캐나다 서부 서스케처원주에서도 브래드 월 주지사도 저스틴 트뤼도 총리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대다수 난민이 위협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에 해를 입힐 수 있는 극소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난민수용을 서두르기보다 난민수용 계획을 철저하게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강조, 난민수용에 강한 거부감을 표명했다.
‘반(反)난민 바람은 피해 당사국 프랑스에서 가장 거세다. 프랑스 정부는 시리아에서 귀국하는 모든 자국민을 가택 연금하고 엄중 감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증오를 설파하는 자들을 추방할 수도 있다”며 극단주의를 전파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일부 모스크(회교사원) 해체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테러리즘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이중국적자의 프랑스 시민권을 박탈하고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이중국적자의 프랑스 입국 자체를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 각국의 국경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은 ‘솅겐조약을 근거로 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하고 있으나 프랑스가 테러 이후 국경 전체를 봉쇄했으며 벨기에도 프랑스 국경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난민에 관대했던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 역시 국경통제와 출입국 검문검색, 이민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당초 16일부터 실시 예정이었던 경찰 총기소지 해제 계획을 연기했다. 총리 테러 첩보가 접수되는 등 추가 테러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테러방지 차원에서 경찰관들의 총지소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 커졌기 때문이다. 슬로베니아 정부는 크로아티아 국경을 통한 난민 유입을 통제하기 위해 철조망 설치를 시작했다.
한편 다음 테러 목표는 미국 워싱턴이 될 것이라는 IS 새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에서는 ‘제2의 9·11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날 워싱턴의 정책연구소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안보포럼에서 IS 추가 테러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브레넌 국장은 이번 테러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뿐 아니라 미국도 (테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워싱턴칼리지는 이날 테러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때 폐쇄조치를 단행했다. 이날 폭파위협을 받은 하버드대는 기숙사 1곳과 4곳 강의동 건물 학생과 직원들을 긴급 대피시키는 소동을 겪었다. 하버드대 뿐만 아니라 보스턴 지역 일부 대학에서도 폭파위협으로 캠퍼스를 폐쇄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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