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日기업 실적잔치 벌이는데 GDP는 왜 마이너스?
입력 2015-11-17 16:43 

일본 상장기업들이 올 상반기(4~9월)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며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엔저, 방일관광객, 부품소재 호황 덕분에 돈을 쓸어담고 있지만 정작 투자에는 몸을 사리면서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는 작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올 상반기 상장기업 경상이익을 종합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나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노믹스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덕분에 자동차업종 이익은 15% 늘어 3조6000억엔을 훌쩍 넘겼다. 올 들어 9월까지 방일 관광객들이 1448만명에 달하면서 신칸센 운영회사인 도카이도여객철도 이익은 19% 올랐고, 미쓰코시이세탄 등 백화점 면세점 매출도 3배 이상 급증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겪었던 파나소닉 히타치 소니 등 전자업종 매출도 크게 늘었다. 파나소닉은 에어콘 TV 등의 매출 증가로 이익이 35%나 증가했다.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철강업과 같은 원자재 관련 기업 정도만 이익이 줄었을 뿐 제조업·비제조업 할 것 없이 경상이익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상반기 상장사 경상이익은 17조7910억엔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아베노믹스가 가동된후 실적 파티를 벌이고 있는 상장 대기업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기업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날 발표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가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내각부가 발표한 GDP성장률을 보면 민간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1.3%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상장기업들이 말로는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로는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는 미적거리면서 GDP 증가 같은 국민경제엔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계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 돈을 번 만큼 생산과 투자에 쏟아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다. 투자 준비는 돼 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상장기업들이 실제로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기업 밸류체인이 바뀐 탓에 GDP성장률 기여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2009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달러당 75엔까지 급등한 초엔고 시절에 생존을 위해 일본 내 공장을 대대적으로 동남아를 비롯한 해외로 이전했다. 아베 정권 들어 파격적인 양적완화로 엔저로 돌려놨지만 생산설비는 여전히 해외에 머물러 있다. 아베 정권의 압박과 엔저 대응책으로 일부 생산을 일본 국내로 돌리는 유턴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본 내 판매를 위한 제한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유야 어쨌든 아베 정권은 사상 최대 순이익 잔치를 벌이면서 투자는 주저하는 기업들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분위기다.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상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설비 투자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기업들이 디플레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토해냈다. 아베 정권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설비투자 확대와 계속적인 임금인상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상장기업들이 돈을 풀도록 압박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