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제작일지] 조문수 디자이너, 뮤지컬 ‘신데렐라’ 마법에 점을 찍다
입력 2015-11-17 16:20  | 수정 2015-11-23 09:44
우리가 만나는 무대 위 수많은 작품들은 그냥 탄생하지 않습니다. 몇 달에 거쳐 합을 맞춘 배우들과,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해줄 의상과 조명, 완벽하게 세팅된 무대 미술과 이를 총괄하는 연출가, 그리고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아름다운 음악까지.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남들이 신경 쓰지 않는 무대 뒤, 움직이는 사람들의 ‘백조의 발버둥을 살짝 엿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금빛나 기자] 무대 위에 놓여있던 호박은 마차가 되고, 요정 마리 할머니의 마법에 무대 위 신데렐라의 누더기 원피스는 눈 깜짝할 사이 새하얀 드레스로 뒤바뀐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두건이 티아라로 변한지 오래, 마리 할머니가 건넨 ‘Made in Venezia 유리구두까지 신은 신데렐라는 호박마차를 타고 크리스토퍼 왕자님이 있는 성으로 향한다.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가 동화책을 벗어나 2015년 뮤지컬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아름다운 음악과 화려한 군무, 동화 속 판타지를 그대로 재연한 무대,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스토리까지, ‘신데렐라의 가장 큰 무기는 익숙함과 친숙함이다.

원작 동화 ‘신데렐라는 못된 계모와 의붓 언니들에게 구박 받던 신데렐라가 요정의 도움으로 파티에 가게 되면서 왕자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첫눈에 사랑에 빠진 왕자와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밤 12시면 풀리는 마법으로 인해 아쉬운 이별을 맞이한다. 두 사람을 이어주는 것은 신데렐라가 남긴 유리구두 뿐. 왕자는 신데렐라가 놓고 간 유리구두를 통해 신데렐라를 찾아내고, 마침내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며 행복하게 산다.


뮤지컬 ‘신데렐라는 원작 동화의 큰 틀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유쾌한 비틀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드린다. 의붓언니는 알고 보면 누구보다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으며, 유리구두는 실수로 놓고 간 것이 아닌 신데렐라가 왕자에게 자신을 찾으라며 일부로 남기고 간 것이다.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한 ‘신데렐라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뭐니 뭐니 해도 신데렐라에게 요정의 마법이 걸리는 순간이다. 마법의 힘에 신데렐라가 한 바퀴를 돈 것뿐인데 신데렐라의 옷은 무도회장 드레스로 바뀐다.

브로드웨이 원작에서도 무대 위 신데렐라의 변복으로 눈길을 끌었던 ‘신데렐라는 2015년 한국에 와서도 마법과 같은 신비한 변복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브로드웨이와는 또 다른 변복의 기술로 보는 재미를 전해주고 있는 ‘신데렐라의 숨은 공신은 마법이 걸린 의상을 만드는 의상팀이다. ‘신데렐라의 전 의상을 디자인하고 만든 조문수 디자이너를 만나 무대 의상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제작진의 땀과 수고, ‘신데렐라에 마법을 걸다


무대 위 ‘신데렐라의 무대를 바라본 조문수 디자이너는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대 위 화려한 신데렐라의 변신이 해외 라이선스의 기술을 사온 것이 아닌 국내 뮤지컬 팀들의 연구와 노하우로 만들어낸 결실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신데렐라 의상 체인지의 기술을 가져올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용문제였다. 턱없이 비쌌던 것이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신데렐라 제작진은 의상 체인지 기술에 대한 머리를 모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대한 조문수 디자이너의 고민은 무척이나 깊었었다.

사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것이 신데렐라의 변신이었는데 이를 가져올 수 없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변복의 원리도 많이 연구했다. 신데렐라의 변복은 의상팀 뿐 아니라 조명팀과 음악, 무대 등 전 스테프가 함께 고민했다. 마술팀도 동원했다. 이번 ‘신데렐라가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작업들은 나 혼자 힘들면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신데렐라는 아니었다. 아무리 의상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배우와 의상, 조명과 음악,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그 장면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문수 디자이너는 의상의 마법을 만든 주인공은 ‘신데렐라를 만든 모든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결코 한 사람만의 수고로 이뤄진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봤던 것 같다. 여기에 준비시간도 많이 걸린다. 재정비를 시간만 무려 30분이다. 처음에는 해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두려움에 연습실에서 움직임까지 지도를 했는데, 이제는 배우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 진 것 같다.”

◇ 작은 단추도 내 손으로”…디테일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데렐라 의상에 사용된 모든 천과 장식품, 모자까지 모든 것은 조문수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했다. 텍스트를 보고 작품에 대한 1차적인 영감을 받은 조문수 디자이너는 곧바로 시장에서 원단을 바라보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신데렐라의 의상을 제안 받았을 때 프랑스에 있었다. 프랑스에서 사온 모자나 장식들을 ‘신데렐라 의상에 활용하기도 했고, 질감이나 색상을 살리기 위해 염색을 하기도 했다. 액세서리도 모두 내 손으로 만들었다. 저는 그런 것들을 만드는 것이 즐겁다. 신발도 직접 만들었다. 엄마와 언니 신발에도 장신구를 달았다. 어떤 이들은 ‘보이지도 않는데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는 그림에 점을 하나 찍고 안 찍고의 차이다. 점을 찍으면 완성도가 높아지는 이를 어떻게 그냥 넘기겠는가. 보이고 안 보이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공연은 어느 순간 어떻게 보이게 될지 모른다. 쉽게 가려고 완성도를 신경 안 쓰다 창피를 당하는 것 보다는 힘들어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더 낫다.”

‘신데렐라의 무도회신을 자세히 바라보면 수많은 앙상블의 의상 하나하나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문수 디자이너는 비슷한 듯 각자의 개성을 살린 의상을 통해 무대 위 백일을 하는 앙상블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앙상블 의상 만들 때 최대한 이들의 안무를 보고 옷을 만든다. 공연 예술은 혼자 할 수 없다. 앙상블들은 뮤지컬에서 굉장히 소중한 존재들이다. 일명 ‘무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앙상블이 없는 공연이 재미가 없고, 주인공들이 돋보이는 것은 이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예쁜 것이다. ‘신데렐라의 무도회 신에서 주인공인 신데렐라와 왕자를 돋보이게 해준 일등공신은 바로 앙상블이다.”

앙상블들의 의상 뿐 아니라 각 캐릭터들의 의상 또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문수 디자이너는 각 캐릭터들의 특색을 색으로 표현하면서 개성을 살렸다. 신데렐라의 착한 언니 가브리엔은 초록색, 구박하는 못된 계모는 보라색, 식탐 많은 욕심쟁이 둘째 언니 샬롯은 주황색, 신데렐라는 흰색 드레스를 준 것은 조문수 디자이너의 철저한 계산 끝에 탄생한 것이었다.

초록은 젊으면서 생동감을 주는 색이다. 가브리엘은 착하면서도 자신의 미래를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다. 가브리엘을 보면서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런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초록색을 사용했다. 샬롯 역시 나쁜 언니는 아니다. 다만 욕심이 많을 뿐. 식욕을 당기게 하는 색상이 주황이다. 식욕을 부르는 여자, 사람들의 주의를 흡수하고 싶어 하는 여자라는 뜻에서 주황색을 사용했다.”

프로필 포스터에서 각각 드레스를 보여줬던 신데렐라는 무대 위에서는 같은 다자인의 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 쿼드 캐스팅이니 드레스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에 대해 조문수 디자이너는 그렇게 되면 패션 의상이지, 더 이상 드레스 의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무대 의상의 묘미는 어떤 연출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럴 때 의상의 색깔과 콘셉트가 달라질 수 있지만, 한 번 무대위로 올라가게 되면 의상 디자인의 수정은 없다. 관객들은 언제 와도 똑같은 신데렐라를 봐야 하는 권리가 있다. 공연은 약속이다. 의상은 물론이고 공간도 달라서는 안된다. 만약 날마다 다르게 한다면 관객과의 약속을 깨는 것이고, 그건 일종의 관객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과도기의 사람”…무대의상의 초석을 다지다

무대의상이라는 인식이 없을 때부터 공연 의상의 세계에 뛰어든 서문수 디자이너는 늘 ‘소명의식을 가지고 작업을 행해왔다.

나는 과도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해왔다. 과거 많은 선생들이 고생을 하면서 제게 자극을 주었듯이 저 역시 이후 후배들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생각했다. 무대의상의 초석이 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늘 생각을 했다. 나는 비록 힘들어도 나중을 생각하고 달려왔다. 계약서가 없었던 시절, 계약서를 작성했던 이유도 내가 아닌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내가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지 후배들 역시 좋은 여건에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일을 시작하기 전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 계약서를 작성한다. 돌아보니 참 의미가 있었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무대의상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공연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연은 기쁨을 주는 일이고 감동을 주는 일”이라고 말한 조문수 디자이너는 이 일처럼 행복한 일도 없다며 행복해 했다.

내가 옷을 입혀주면서 배우가 즐겁고 관객이 즐겁다.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 감사하고 다시 태어나도 또 이 일을 하고 싶다. 더 빨리 이 일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다. 새로운 대본을 접하면서 늘 신선한 에너지를 받는다. 일을 할 때마다 젊어지는 것만 같다”

조문수 디자이너는 격려와 질책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힘든 환경 속 작업에 임하는 제작진들을 위한 격려의 말을 부탁했다. 지금보다 저 많은 창작작품들이 나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칭찬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라이선스 보다는 창작을 사랑해주고 아껴줄 때,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나라 공연들이 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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