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식개장 5년 지난 초대형쇼핑몰 가든파이브 가보니 ‘아직도 을씨년’
입력 2015-11-17 15:58 

곳곳에는 버려진 사무집기와 쓰레기 더미가 나뒹굴고 있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문을 열고 있는 가게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물건을 사러온 손님도 없었고 적막한 기운만 감돌았다. 천장의 조명등도 거의 꺼져서 흡사 ‘유령상가같은 분위기였다.
지방에서 인구 감소로 문을 닫은 쇼핑상가의 모습이 아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서울 동남권 대규모 유통단지로 육성시키겠다고 수조원을 투자해 송파구에 설립한 가든파이브 이야기다.
지난 16일 오후 3시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지하 1층 상가로 들어서자 가장 구석 자리에 신발 등을 파는 잡화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텅 빈 공간이었다.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일부 가게 자리에는 쓰다 남은 책상과 의자 같은 사무집기만 덩그라니 남아있었다. 팔리지 않은 물건들도 일부 버려져있었다.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올라가자 모든 상가들에 천막과 비닐이 씌어져있었다. 과거 1층을 임대해 장사를 했던 ‘엔터식스가 매출부진으로 철수하면서 인테리어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라이프관 옆에 위치한 테크노관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층에서 문을 열고 있는 한 가게를 발견했다. 카메라와 가전기기를 파는 매장이었다. 손님도 없는데 왜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느냐고 묻자 당연히 고객에게 물건 팔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남아있는 재고를 싼 가격에 인터넷에 올리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가든파이브는 당초 90년대 말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으로 예정돼있던 문정장지지구 도시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후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 작업을 위해 청계천에 있던 상인들을 위한 대체상가로 가든파이브가 지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시는 청계천 상인들에게 일반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가든파이브 상가를 매입할 수 있게 해줬다.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청계천 상인들을 위한 일종의 보상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새로운 꿈을 안고 2008년 10월부터 가든파이브 입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저조한 계약률과 분양자들의 미입점으로 우여곡절끝에 2010년에 들어서야 공식 개장을 했다. 불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분양율이 70%에 이르는 등 제대로 된 상권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고 입주한 상인들은 한 두명씩 가게를 접고 떠났다. 과거 가든파이브에서 옷가게를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장사가 잘 안돼서 관리비와 대출이자를 내고 나면 한달에 230만원씩 손해를 봤다”며 상가가 팔리지도 않으니 일단 가게 문을 닫고 그냥 자포자기 상태로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가든파이브는 총 3개 구역으로 구성돼있다. 유통전문상가인 라이프(Life)동, 아파트형 공장인 웍스(Works)동, 산업용재 상가인 툴(Tool)등 등이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많은 곳은 라이프동이다. 라이프동은 리빙관, 테크노관, 패션관, 영관으로 구분돼있다. 현재 패션관과 영관의 대부분은 NC백화점이 입점해 사용 중이다.반면 리빙관과 테크노관은 좀처럼 활성화가 되지 않으면서 죽은 상권이 됐다. 공실률은 90%에 달한다.
현장에서 만난 가든파이브 활성화추진위원회의 모상종 위원장은 지금 가든파이브 리빙관과 테크노관은 ‘신부 없는 결혼식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상점이 없는 유통시설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다수 가게들이 폐업상태에 있어 완전히 죽어버린 상가가 됐다”며 과거 장미빚 청사진에 속은 상인들은 대출이자 상환과 관리비 압박은 물론 SH공사가 지원해주던 대출이자 보전 등이 중단되면서 3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가든파이브 상인들이 걸고 있는 마지막 희망은 현대백화점이 추진 중인 현대아울렛 입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3년 12월 SH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라이프동 테크노관 지하 1층~지상 2층, 리빙관 지하 1층~지상 4층 등 총 8개층을 임대해 도심형 아울렛을 입점시키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약 30개의 개별 점포 소유자들이 임대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이 작업도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모 위원장은 가든파이브를 살리기 위한 방아쇠는 가장 큰 시설인 라이프동이 생명을 되찾는 것”이라며 현대백화점과 같은 유통대기업이 들어와준다면 가든파이브는 물론 지역상권까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고 말했다. 인근에 4만5000세대의 위례신도시 입주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가든파이브를 정상화시켜 상인들은 물론 지역경제에까지 훈풍이 불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은 가든파이브 상인들과의 상생을 위해서라도 입점 의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문제점이 조금씩 해결된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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