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총선과 함께 다가오는 정책보좌관의 수난
입력 2015-11-17 15:41 

◆ 익명으로 쓰는 복면칼럼 / 발등의 불 지역구 관리에 국회 떠나는 정책 보좌진 ◆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파행이던 국회가 다시 가동됐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란 숙제를 이미 마친 국회 상임위원회들은 법안소위를 열고 앞으로 1~2주 동안 19대 국회 마지막 법안심사를 진행한다. 그래서 부처와 기관의 주요 법안이 있는 경우에는 의원실을 방문해 법안을 설명하고, 통과(또는 저지) 의견을 내는 이들로 의원실은 북적인다.
그런데 막상 의원실에 법안이나 정책을 담당하는 보좌진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거나, 그만뒀다는 얘기를 듣게 되어 난감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상당수 의원실이 이미 ‘총선체제로 돌입하면서 보좌진 대부분이 지역 활동에 올인하고 있거나, ‘정책보다는 ‘지역에 적합한 보좌진으로 최근에 교체되었기 때문이다.
국회 보좌진들의 신분은 매우 불안정하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당신 잘렸어(Youre fired).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라는 대사가 현실에서 가장 잘 ‘구현‘되는 곳이 의원실이다.
비단 인턴이나 하위직급만이 아니라 4, 5급 보좌진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 보좌진의 역량을 시급히 강화해야 하는 의원실에서는 정책보좌관들의 처지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최근 의원회관에서는 어느 의원실에 ○○○ 보좌관도 그만 뒀다더라”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물론 의원과 보좌진 간에 충분히 협의하고, 상호양해를 거쳐 이뤄지는 결정도 많기는 하다.

정책보좌관의 수난은 비례대표 의원실에서도 벌어진다.
19대 국회가 마무리돼 가면서 언론 등을 통한 비례대표의원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비례대표의원들이 과연 원래 취지에 맞는 ‘전문성이나 ‘부문대표성을 충분히 갖췄는가, 비례대표의원의 지역구 재선출마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적절한가 등에 대한 갑론을박이 제기된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좌진들에게도 함께 적용 되어야할 질문이다. 실제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실을 떠난 정책보좌진들은 대체로 비례대표의원의 보좌진인 경우가 많다. 지역으로 새롭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필요 없었던 ‘지역 보좌 인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두지 않고 지역에서 새롭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는 정책보좌진도 있다. 그래서 정책을 담당하며 의원회관에서 부처나 기관을 주로 상대했던 보좌진들이 의원의 지역일정을 함께 수행하거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의정보고서를 돌리는데 같이 참여하기도 한다.
예산이나 법안도 의원이 진입하는 지역 관련된 것을 우선 살피게 된다. 이런 일에 능숙하지 못하거나 자기가 할 일이 아니라며 불만을 표하는 보좌진의 존재는 서로에게 불편하다. 보좌진이라면 의원의 재선(또는 그 이상)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서 다른 소리를 낼 이유도, 여유도 없다. 정책담당에게 현장은 지역구가 아니라 회관이라는 말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특히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에는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반대로 선거 직전 정책보좌관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도 하고, 정책보좌관의 수명이 정무보좌관들보다 더 길다는 다른 의견도 있다. 총선 직전에 잠시 떠나더라도 새롭게 국회가 구성되면 해당 상임위원회 업무를 잘 아는 정책보좌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의 기간을 각자 버텨 내고, 총선 뒤에 ‘살아서 만나자는 식으로 정책보좌진들을 내보내는 풍토는 분명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처럼 정당연구소나 독립 민간싱크탱크들이 정책보좌진의 역량 보존과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기획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긍정적인 ‘회전문이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싱크탱크가 퇴직한 정책보좌진의 거점이 되고, 자기계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이 ‘전문가 출신 국회의원 숫자만큼, 아니 그보다 더욱 효과적인 국회 정책역량 강화 방안이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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