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조선 건국보다 5천년전부터 인류는 벌과 함께 했다
입력 2015-11-17 14:01 

인류의 초기, 농사를 짓던 농부들은 물론 고대 인류는 단 음식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9000년 전인 신석기 시대 농부들이 사용했던 질그릇에서 ‘벌꿀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류는 ‘단맛을 떨쳐내기 힘들었나 보다.
영국 브리스톨대 화학과와 영국 엑스터대 고인류학과 등 공동 연구진은 유럽과 중동,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질그릇에서 벌꿀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는 약 4000년 전으로 알려졌던 기존의 예상보다 무려 5000년이나 빠른 시기다.
과학자들은 ‘밀랍의 성분을 통해 벌꿀의 존재 유무를 확인한다. 밀랍은 일벌이 배출하는 분비물로 이를 가열하면 말랑말랑해지기 때문에 인형이나 조각상 등을 만드는데 주로 활용돼 왔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은 오래 전부터 벌을 가까이하며 꿀을 채취해 왔다.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4만년 전에 만든 밀랍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암석화에도 벌집을 묘사한 듯한 그림을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의 그림에서도 벌 형상이 발견된 것처럼 벌과 인간은 꽤 오랫동안 함께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이 벌꿀을 관리하며 이를 활용했던 시기는 정확히 언제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지금으로부터 약 9000년 전, 농경이 처음 시작됐을 때 양봉을 했었다는 증거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유럽과 중동,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발견된 4000~9000년 전 질그릇 6400여점을 분석한 결과 밀랍의 흔적을 발견했다. 어떤 물질의 성분을 확인하는 ‘크로마트그래피 기법이 활용됐다. 연구진이 분석에 사용한 질그릇에서는 고기와 치즈, 유제품의 흔적이 발견돼 초기 인류가 농경에 사용했다는 점이 이미 밝혀져 있었다. 여기에 밀랍 성분이 발견되면서 고대 인류는 벌꿀을 식재료에 첨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질그릇의 분포가 굉장히 넓다는 것이다. 영국 남부와 덴마크, 발칸반도, 알제리, 터키 등 유럽 전역에서 발견된 질그릇에서 공통적으로 밀랍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아나톨리아 북서부 지방의 질그릇은 570개 중 단 4점에서만 밀랍이 발견됐다”면서도 이미 신석기인들은 벌을 활용할 줄 알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석기 시대 농부들은 소와 돼지 등의 동물을 가축화하기 시작했는데 꿀벌 역시 다룰 줄 알았던 셈이다.
다만 북유럽 지역의 질그릇에서는 밀랍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는 그당시 양봉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추운 기후로 인해 벌이 살 수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또 고대 인류는 벌꿀을 식용으로 사용했지만 동시에 종교적 활동이나 질병 치료에도 활용했을 것”이라며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은 벌과 함께 생활하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고 덧붙였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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