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PC·모바일서 이젠 가상현실로’ 게임업계 3차대전 전운 고조
입력 2015-11-17 12:14  | 수정 2015-11-17 12:16
지난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게임박람회 ‘지스타

어두침침한 동굴, 왼쪽 편에서 음산한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리니 진득한 점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에일리언이 눈 앞에 나타난다. 잡아먹을 듯이 코앞까지 달려드는데 정말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 총을 발사하자, 괴물이 피를 뿌리며 ‘펑 하고 터진다.
끔찍한 광경을 도저히 눈뜨고 보기가 힘들어 헤드셋을 벗으니, 향긋한 커피향이 가득한 사무실이다. 앞면에 렌즈가 달려있는 이 헤드셋의 정식명칭은 HMD(Head mounted Display)다.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기기로 헤드셋처럼 머리에 쓰는 기구다.
지난 13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게임박람회 '지스타'에서 VR(가상현실) 게임 '모털 블리츠'를 시연한 기자는 HMD를 벗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지스타는 VR이 촉발한 게임업계의 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VR 시연회가 연달아 열렸다. 현존하는 기계 중 최고의 몰입감을 준다”는 찬사는 과장이 아니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플레이스테이션 VR부스를 마련해 총 5종의 VR용 게임을 선보였다. 그래픽 전문회사 엔비디아는 VR 하드웨어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등 VR 2종을 시연하는 VR체험관을 열었다. 하루 100명이 체험할 수 있는데, 개장 20분만에 매진될 정도로 폭발적 반응이었다. 넥슨은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VR로 재구성한 게임을 선보였고,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 앤 소울을 삼성전자가 만든 VR 하드웨어 기어VR로 경험할수 있도록 VR 콘텐츠로 변형해 시연기회를 제공했다.

VR 하드웨어 출시가 잇따르는 내년부터 VR경쟁이 본격화 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가 만든 HMD인 ‘삼성 기어 VR이 올 연말 북미 시장에 출시된다. 소니가 만든 ‘플레이스테이션 VR은 내년 6월, 페이스북이 2조2000억원을 주고 인수한 가상현실 장비 개발업체 오큘러스가 만든 ‘오큘러스 리프트, HTC·밸브·엔비디아가 함께 만든 ‘바이브 VR,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도 내년 시장에 나온다.
VR 콘텐츠 제작도 꿈틀댄다. 게임 개발사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삼성 기어 VR용 게임 ‘모탈 블리츠를 선보였다. 기어 VR용 게임으로 상용화되는 첫 사례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는 플레이스테이션 VR 출시에 맞춰 게임 ‘화이트데이, ‘모탈 블리츠 2종도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비해 VR 콘텐츠 제작비는 통상 2배 이상 든다. VR 콘텐츠는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고 높은 제작비 탓에 국내에선 제작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었다.
‘플레이스테이션 VR, ‘삼성 기어 VR용 게임을 제작한 스코낵엔터테인먼트 최정환 부사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지스타에서 VR용 콘텐츠 제작사드는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VR용 게임 제작업체는 스코넥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10여곳으로 증가했다”면서 VR 콘텐츠 제작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VR하드웨어 제작회사는 자체적으로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삼성은 넥슨·엔씨와 각각 VR전용 게임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VR 기기가 가볍고 저렴한 방향으로 개발되는 추세는 VR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삼성 기어 VR은 북미에서 99달러로 책정됐다. 10만원 안팎이다. 넥스트코어가 개발한 HMD ‘눈 VR은 89달러다. 불편한 요소로 꼽힌 무거운 착용감을 극복한 HMD도 곧 나올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와 구글이 함께 개발중인 VR기기는 한층 더 가벼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착용했을 때 무겁간 불편한 느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개를 돌림에 따라 시야가 확장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오큘러스 한국지사장을 지낸 서동일 VoleR Creative 대표는 과거 VR기기는 시야 확장이 자연스럽지 않았는데, 오큘러스의 제품을 계기로 고개를 돌림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야가 확장되면서 생생한 현장감을 확보했다. 또 100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대중적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VR의 시장성은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국대 대형 게임회사의 관계자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헤드셋을 끼는 게 실제론 꾀나 번거로울 수 있다. 또한 20분 이상 VR을 하면 머리가 아픈 문제도 말끔해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게임 시장을 흔들 킬러 콘텐츠로 확신하기에는 지켜봐야할 요소가 많다”고 했다.
◆키워드=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가상현실이란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환경이 허구인 것을 말한다.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 속에서 3차원 가상이미지를 접목시켜 하나로 보여 주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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