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 목소리 “정보통신사업 역차별 시정해야 한국IT 다시 뛴다”
입력 2015-11-17 11:13 
신민수 한양대 교수

한국 정보통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이후 ‘디지털 혁명을 이끌고 있다는 찬사를 들으며 GDP의 10%, 설비 투자 및 수출의 30% 수준에 이를 정도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왔지만 최근 들어 정체되는 모습이다.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세는 아직도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률 추세는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신호들이 창조 경제 구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정보통신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현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부활 시도,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 우리의 정보통신 인프라 강국이라는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우리의 강점과 인터넷 주권을 지켜내려면 다양한 분야에서의 노력과 시도, 지원이 있어야 하겠지만 긴급한 것 중의 하나는 국내 기업이 역차별 당할 수 있는 현실의 개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볼 때 구글이 최상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94.4% (세계 평균 81.5%)이며 구글 플레이 매출 규모는 세계 3위, 구글의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국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와 비슷한 현상이 다른 나라에서도 발생하고 있는데, 유럽 각국에서는 2000년 대 초중반부터 구글 등 다국적 IT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라고 하겠다.
유럽 연합(EU)은 구글의 검색 중립성 문제에 대해 2010년 7월부터 3년 동안 불공정 혐의를 조사했고, 결국 구글의 검색 서비스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구글이 개선안을 제시해 합의로 사안을 종결(2013년 4월)했으나 유럽 각국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검색 시장뿐만 아니라 모바일 시장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2013년 유럽 위원회(EC)에서는 구글의 독점 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 안드로이드 기반 단말 벤더 부문에서 불공정 행위를 강요하는 구글의 서비스 이용 규정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페어서치 등 17개 업체들이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승자 독식과 쏠림 현상을 정보 통신 시장의 중요한 특성으로 볼 수 있는데, 구글과 같은 글로벌 IT 거인이 시장을 선점하면 경쟁사나 후발 주자는 진입 장벽에 막혀 경쟁이 어려워진다.

최근 들어 구글은 행아웃 다이얼러와 같은 발신 전용 앱 서비스로 이동통신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또한 애플도 외이파이 콜링 서비스로, 중국의 글로벌 IT 기업인 알리바바와 바이두도 MVNO로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따라서 국내 통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독점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현실 개선과 ‘정책 개발이 간절한 시점이다.
현재 국내 통신 사업자들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받고 있으나, 해외 사업자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면, 불공정 행위가 발생했을 때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전기통신사업법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직접적으로 역외규정 적용이 없는 한 동일한 불공정 행위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국내 통신사업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조 제1항에 근거해 역무가 구별되어 있다. ‘네트워크 보유 여부와 ‘제공 역무의 종류에 따라 기간 통신 사업, 별정 통신 사업, 부가 통신 사업의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해외 사업자가 신규 서비스로 기존의 역무를 침해해도 국내 사업자와 달리 규제를 피해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마디로 역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사업자에 대해 역무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통신 기업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역무 체계를 효과적으로 정의하고 재분류해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술과 역동성을 상징하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좀 더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하고 선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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