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팸 메일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메일함에서 삭제하고 간단한 내용의 메일에는 짧은 답장도 만들어 보내준다.
# 전자 사진첩에서 친구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친구의 사진이 모아지고 장소와 사물이름을 함께 입력하면 앨범 내 관련 사진을 앨범처럼 펼쳐볼 수 있다.
# 호텔과 식당에서 사람 대신 컴퓨터가 손님과 대화해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주고, 대학 연구소에서는 사람보다 빨리 자료를 찾아 분석하는 로봇 연구원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 이미 상용화돼 서비스를 하고 있는 기술은 어느 것일까? 정답은 셋 모두이다.
사람이 하기엔 단조롭고 번거로운 작업을 컴퓨터가 비서처럼 대신해주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차원을 넘어 이제 데이터 속에서 발견되는 일정한 패턴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빅데이터가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결합해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만들기에 인공지능(AI)과 직결된 개념이다.
이달 10일 구글은 일본 도쿄에서 ‘매직 인 더 머신을 내걸고 ‘머신러닝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렉 코라도 선임 연구원은 머신러닝은 컴퓨터가 방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해 스스로 공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코라도 연구원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서비스로 지메일(G메일)의 스팸 분류, 음성 인식, 자연어에 가까운 번역, 구글 포토 검색 등을 예로 들었다. 현재 지메일은 99.9% 스팸을 걸러내고 번역도 23%의 오류 수준을 8%까지 줄였다.
빅데이터를 어떻게 더욱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구글을 비롯한 전 IT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IBM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사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인 ‘왓슨 기술의 발전상을 소개했다. 왓슨은 사물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분석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 나가는 능력을 갖췄다. IBM은 왓슨을 통해 다시 한번 왕년의 IT업계 왕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왓슨이 적용된 ‘와인포닷미라는 앱서비스는 ‘과일 향이 강하지 않고 비싸지 않은 레드 와인, ‘달지 않은 와인이라고 검색해도 컴퓨터가 이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 ‘달다, ‘비싸다와 같은 주관적인 언어를 왓슨은 그날의 기온, 묻는 사람의 취향, 과거 와인 소비 내역 등 수십개의 데이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조합해 결과를 제시한다.
IBM에 따르면 왓슨은 구글의 머신러닝처럼 각종 문서와 음성 녹음, 사진 정보를 인간의 도움 없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기존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했던 암흑정보에 컴퓨터의 분석능력이 더해지면 ‘의미있는 지식이 탄생한다는 게 IBM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의학 분야의 88%, 미디어 분야의 82%가 암흑 정보로 추산되는데 왓슨이 학습을 통해 이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자 국내 기업의 관심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12일 남산 밀레니엄호텔에서 매경이 주최한 ‘2015 빅데이터 컨벤션 및 성과보고회에서는 800명의 관중이 운집해 글로벌 IT업체 임원들의 최신 빅데이터 트렌드 발표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IBM,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의 연사들은 기기의 연결을 통해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내는 능력이 미래 비즈니스의 생존을 결정짓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내외 연사들은 빅데이터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를 소개했다.
글렌 바셀로 PTC 수석전문가는 트랙터에 센서를 설치해 농부가 토양 상태와 날씨, 파종 깊이 등을 실시간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구나 첼라판 IBM 빅데이터·클라우드 부문 아태지역 대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조공장이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생산 라인을 재정비한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도 선박 제조과정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공정착오를 줄인 사례, 기계의 미래 고장 예측 시스템을 통해 공장 가동률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사례 등을 발표했다. 국내 산업계는 빅데이터의 ‘미래 예지·예측 능력이 향후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에 활발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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