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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최원호의 프리미어 리뷰] 그들이 강한 이유, ‘국가대표’는 정신력이다
입력 2015-11-17 06:01 
김현수는 16일 쿠바와의 4강전서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오른 무릎에 사구를 맞고도 아픔을 참고 1루로 뛰어나가는 투혼을 보였다. 사진(대만 타이중)=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8강전 쿠바전)
하루 전 속 쓰렸던 패배의 기억을 말끔히 씻었다. 한국이 ‘언제나 강팀 쿠바를 7-2로 따돌리고 준결승이 열릴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대만 현지의 이종열 최원호 해설위원(SBS)과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벌어진 쿠바와의 8강전을 정리해봤다. 깜깜 스케줄과 썰렁한 스탠드, 돌발 이동거리 공격으로 고단했던 대만일정을 마치고 이제 한국은 ‘숙적 일본과의 리턴매치를 위해 도쿄로 간다.
▲ 2회 6안타 5득점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편하게 경기를 풀었다.
이위원=박병호 민병헌의 연속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두 타자 모두 먼저 2스트라이크에 몰리고도 각각 두개, 세개의 볼을 골라낸 뒤 안타를 때려냈을 정도로 날카로운 타격감을 보였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의 피처이고 슬라이더의 비율이 높은 쿠바 선발 몬티에트의 성향을 파악한 두 타자는 확실한 전략을 갖고 타석에 들어섰던 것 같다. 노리는 공에 자신감 있는 스윙으로 정타 히팅을 했다.
대회 초반 스윙 타이밍이 계속 늦었던 박병호는 이제 완전히 자기 타이밍이 돌아온 듯 보인다. 사실 민병헌은 사구를 맞았던 왼 발등에 아직 통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전날 미국전에서도 바깥쪽으로 흐르는 변화구를 맞혀내며 센터라인을 가르는 등 현재 타격감이 좋아 보인다.

▲ 장원준은 4안타 2실점으로 버텼지만,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최위원=이번 시즌 두산의 가장 꾸준한 선발이었던 장원준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많은 이닝을 던졌다. 준PO부터 KS까지 꼬박꼬박 치르고 ‘프리미어12에 합류했는데 놀라운 호투 릴레이였다. 이날 역시 초반은 제구도 잘되고 기대만큼의 구위를 보였다. 4회를 넘기면서 공이 뜨기 시작했다. 체력이 떨어진 느낌이었다. 선발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교체됐는데, 안타깝지만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대표팀 투수들 대부분에서 누적된 피로도가 보인다. 다들 어마어마한 정신력과 사명감으로 이 대회를 뛰고 있지만, 몸이 힘들면 길게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 벤치의 짧게 짧게 끊어가는 계투 작전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승전은 물론이고 두 차례 패전에서도 우리 투수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선의 역투를 해줬다고 생각한다.
▲ 전날에 이어 무실책 경기를 했고 호수비도 많았다.
이위원=선수들이 저마다 체력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데도 경기 몰입도가 좋다. 이날도 민병헌이 5회 실점 상황에서 3루 주자를 잡아낸 것을 비롯, 정근우 김현수 황재균 등이 고비고비 좋은 수비를 펼쳤다.
최위원=이곳에서의 일정이 끝나서 하는 말이지만 선수들이 상당히 힘든 환경 속에서 뛰었다. 대만까지 와서 열심히 응원해주는 고마운 팬들이 있었지만, 사실 대만일정 내내 경기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집중하면서 흥을 내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KBO의 시범경기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관중 수에 쉽게 산만해질 수 있는 공기였다. 잔부상과 피로도로 베스트컨디션이 못되는 선수들이 바짝바짝 정신을 차려가며 집중력을 보여준 것만으로 칭찬할 부분이 많다.
▲ 한국시리즈 챔프팀 두산 선수들의 선전이 대단하다.
최위원=강해서 우승했겠지만, 우승을 하고 난 뒤 더 강한 선수들이 된 모습이다. 이현승은 연속 한점차 승부였던 준PO 1,2차전이 그렇게 긴장하며 던진 첫 경험이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출발했던 이 가을, 큰 경기의 부담감을 이겨내고 끝내 우승하면서 한 단계 성장한 투수가 돼 대표팀에 온 것 같다.
이위원=민병헌 양의지는 물론이고 이날 사구를 맞은 김현수까지 몸이 완전한 선수는 없는 것 같은데 대단한 선수들이다. 김재호의 살림꾼 활약도 그렇고 두산 선수들의 선전은 눈에 띈다.
한국은 예선 4경기와 8강전을 치른 대만에서 4승1패한 뒤 이제 준결승과 결승이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한다. 사진(대만)=천정환 기자
▲ 다시 만난 일본, 다시 맞설 오오타니에게 리벤지가 가능할까.
최위원=우리 타자들은 대만에서도 150km대 속구 투수들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정신력으로 때려낼 수 있는 범주의 구속이 아니라서 현재 우리 타선의 페이스로는 여전히 버거운 상대다. 그러나 지난 개막전에서도 그랬듯 찬스는 반드시 한두 번은 온다. 오오타니가 흔들리는 이닝에 확실하게 점수를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 실점으로 버텨야 하는 선발 투수의 호투가 절실하다. 아직 우리 타선이 오오타니를 공략하지 못한 초반에 점수가 벌어지면, 현재 한국팀의 체력과 컨디션을 볼 때 마냥 힘을 내기 쉽지 않다.
이위원=오오타니의 강속구를 쳐줘야 하는 타자들은 역시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등이고, 이들이 쳐낼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할 타자들은 정근우-이용규다. 어떻게든 주자가 출루하면 오오타니는 구속이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릴 수 있다. 후속 타자들이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오타니에 맞서 연속 안타나 많은 기회는 기대하기 힘든 만큼 한 번의 찬스에 스나이퍼같은 우리 타선의 집중력이 나오기를 바라본다. 개막전 당시보다는 타자들의 경기감각이 살아있는 것이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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