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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지운’ 양효진, 더 단단해진 ‘통곡의 벽’
입력 2015-11-17 06:01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김근한 기자] 예상보다 빨리 돌아왔지만 더 단단해진 ‘통곡의 벽이었다.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26)이 시즌 전 가득했던 걱정을 지우고 펄펄 날고 있다. 중앙만큼은 어느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게 하는 미친 존재감이다.
양효진은 지난 1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1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전에서 선발 출전해 블로킹 6개 포함 19득점의 맹활약으로 세트 스코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3연승을 달린 현대건설은 시즌 7승 2패(승점 20)로 2위 IBK기업은행(승점 15)과의 격차를 벌렸다.
현대건설은 이날 1세트를 딴 뒤 연이어 2,3세트를 내주면서 패색이 짙어졌던 상황. 4세트 역시 막판 22-22까지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코너에 몰린 현대건설을 구해낸 선수는 양효진이었다. 양효진은 시간 차 공격에 이은 블로킹으로 매치 포인트를 가져왔다. 이어 또 다시 시간 차 공격으로 5세트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5세트에서도 양효진의 존재감은 빛났다. 양효진은 시작부터 시간 차 공격과 블로킹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현대건설은 에밀리 하통의 공수 활약과 상대의 대량 범실로 가볍게 5세트를 따내고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4세트 막판 분위기를 되가져온 양효진의 활약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도 양효진을 역전승의 일등 공신으로 꼽았다. 양 감독은 승리 후 화력 싸움에서 밀렸지만 그나마 양효진과 에밀리가 결정적인 순간 잘 해줘서 5세트까지 갈 수 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개막 전만 해도 이런 양효진의 활약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양효진은 지난 8월 열린 일본 여자 배구 월드컵에서 경기 중 발목 부상을 당했던 상태였다. 시즌 초반 결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양 감독은 개막 전 공을 만지지 못하고 있는 양효진에 대해 애가 탄다”라고 말할 정도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양효진은 그 예상을 깨고 흥국생명과의 리그 개막전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히 경기에만 나선 것이 아니다. 비록 팀은 역전패하는 아쉬움이 남았으나 양효진은 이날 26득점으로 팀 내 최고 득점자였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62.9%.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 사진=김재현 기자
성공적인 부상 복귀전을 치른 양효진은 지난 16일 GS칼텍스전까지 치른 모든 올 시즌 리그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어느덧 블로킹 부문은 단독 선두에 오른 상태. 평균 공격성공률도 50.47%로 괜찮은 편이다.
사실 시즌 전 걱정이 많았다. 양효진은 솔직히 시즌 전 연습 없이 실전 경기에 나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모든 운동은 연습을 조금이라도 하고 나가야 하는데 아예 안 하고 나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마음가짐 자체가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양효진의 마음속에 가득 찼던 걱정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지워졌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점점 얻었다. 더 단단해지려는 노력도 마찬가지. 양효진은 경기를 계속 하면서 공에 대한 감각이 많이 올라왔다. 처음에 불안했던 마음도 감독님이 믿어주시고 자신감을 주셔서 없어졌다. 살살 때리니깐 상대 수비가 받아서 흐름을 빼앗기더라. 예전 보다 더 공을 세게 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리그 초반 변수였던 양효진은 어느덧 믿을만한 상수가 된 상태다. 걱정을 지운 통곡의 벽은 더 단단한 모습으로 팀의 중앙을 지키고 있다.
[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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