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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올림픽 쇼케이스? 수준미달 오명만 남겼다
입력 2015-11-17 06:01 
15일 경기 종료 후 화재가 난 대만 티엔무 구장. 구장 시설 복구가 늦어지면서 한국은 2시간30분 거리에 떨어진 타이중으로 이동해 8강전을 치렀다. 사진(대만, 티엔무)=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대만, 타이베이) 김원익 기자] 2015 WBSC 프리미어12(프리미어12) 대만에서 치러지는 예선라운드와 8강전 일정이 모두 끝났다. 새로운 ‘야구월드컵을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출범한 초대 프리미어12 대회지만 지금까지는 국제대회가 무색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올림픽 부활을 노리는 쇼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수준미달의 대회 운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수많은 국제 대회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이런 대회는 처음이다”라고 표현했을까. 갈팡질팡 기준 없고 형평성도 없는 대회 일정, 전광판 고장, 구장 화재, 오심 등 매일 매일 놀랍고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일본과 대만이 메인스폰서 역할을 맡는 대회. 사실상 공동주최 개념인 대회는 일본-대만-일본으로 오가는 기형적인 일정으로 출발했다. 대회 흥행카드로 낙점받은 것은 한국. 이 때문에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이른 8일 일본서 개막전을 치른 이후 9일 대만으로 다시 넘어와 경기를 치르는 불리한 일정을 감수해야 했다.
비록 대만에서 휴식을 취하고 경기를 치렀다고는 하지만 미리 대만으로 넘어와 차분하게 예선라운드를 준비한 다른 팀에 비교하면 여러모로 추가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짧지 않은 비행시간과 이동, 기후 차이가 상당한 일본 삿포로와 타이페이간의 적응 등이 변수였다. 거기다 거의 매 경기 다른 구장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서 시시각각 환경에 맞춰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삐걱거렸다.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예선 2차전은 예저 시간 보다 55분 지연된 오후 7시 55분에 치러졌다. 바로 앞서 열린 미국과 베네수엘라전서 쏟아진 비 때문.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영향을 받지 않았을 정도로 2경기 간에 텀이 6시간으로 매우 길었다.
그런데 1시29분 중단된 경기는 2시50분 정도에 빗줄기가 잦아진 이후에도 좀처럼 시작할줄을 몰랐다. 이후 40분이 더 지나서야 가까스로 재개됐고 결국 한국-도미니카전이 뒤로 밀리게 됐다. 구장 배수시설이 좋지 않았던데다 전광판이 우천으로 고장나는 해프닝까지 겹쳤다.
그마저도 경기 시간이 확정되지 않아 한국은 숙소에서 짐을 풀었다가 싸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국제대회서 이렇게 일정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처음이다. 조직위원회 측에서 먼저 일정을 알려줘야 우리도 맞춰서 준비를 할텐데 일단 ‘기다려보라는 반응이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7시50분으로 한 차례 연기된 경기는 7시55분으로 개시시간이 정정 번복된 이후에야 가까스로 시작했다. 다음날인 12일 현지 시간으로 낮 12시, 한국시간 낮 1시에 경기를 치러야 했던 한국에게는 큰 변수였는데 조직위의 엉성한 대처로 빚어진 이중고라는 점이 더 아쉬움이 남았다.
해프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예선라운드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한국은 확정된 일정을 받아들지 못했다. 당장 예선 라운드 최종전 미국과의 경기를 치른 15일까지 8강 장소와 시간이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15일 최종전 결과에 따라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될 대만과, 가장 많은 스폰서 비용을 대고 있는 일본의 중계 일정에 따라 나머지 팀들의 경기 장소와 시간을 배정하기 위해서였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은 미국전 이후 16일 티엔무구장에서 쿠바와의 8강전 저녁경기에 대한 최종 확정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과의 경기 직후 티엔무구장 조명탑 컨트롤 관제탑에서부터 화재가 나면서 이것도 갑작스럽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으로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선수단 숙소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30분 거리인 티엔무 구장에서 치러야 할 경기를 2시간 30분 거리인 타이중까지 이동해 치르게 된 애꿎은 피해였다.
12일 우천으로 고장난 타오위안 구장 전광판. 사진(대만, 타오위안)=천정환 기자
더군다나 미국전 직후 구장에는 요란스럽게 화재 경보가 울렸는데 한국은 물론 미국 선수단도 남아있던 경기장에는 화재와 관련한 짧은 중국어 안내 외에는 어떤 언어의 안내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한국과 미국 선수단은 이를 그저 경보가 잘못 울린 것으로 받아들였다가 뒤늦게 상황을 인지했다. 선수단과 국제 취재진등에 대한 안전 배려는 어디에도 없었다.
촌극은 16일에도 이어졌다. 바로 준결승 일정이 일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바뀐 것이 밝혀진 것. 원래 A조 1위인 일본과 B조 4위 푸에르토리코가 승자와 A조 3위인 한국과 B조 2위인 쿠바의 승자간에 맞붙을 4강전은 20일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19일로 일자가 갑자기 변경됐다.
이렇게 된다면 일본은 준결승 이전 휴식일이 하루 줄어들지만 19일 준결승을 치른 이후에는 하루 휴식을 갖고 21일 결승전을 치를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홈그라운드의 이점까지 안고 있는 일본에게는 이쪽이 더 편한 일정이다. 결국 조직위원회는 대회 전 정해진 일정을 대회 중간에 ‘지우개처럼 지워 새롭게 공지했다. 일본이 결국 준결승에 오르면서 한국은 자연스럽게 20일이 아닌 19일로 4강전 경기 일자가 변경됐다.
KBO관계자는 한국도 엄연히 SBS가 공식 방송 중계권을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일본의 중계 일정과 흥행만을 고려한 처사”라며 이런 결정은 결국 일본과 대만 외 국가는 들러리로 생각하는 것 밖에 안된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항마이자 새로운 대안을 자처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프리미어12의 현재까지 모습은 결국 수준미달의 국제대회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 같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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