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슬픔에 빠진 한국의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
입력 2015-11-15 14:53 
평소 주말에도 늘 열려 있던 서래마을 내 프랑스학교 출입문이 15일 굳게 닫혔있다. 출입문 손잡이에는 프랑스 테러에 대한 애도의 뜻을 담은 듯 누군가가 놓고간 주황색 국화가 걸려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거리에 사람도 없고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열던 프랑스학교 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사상 최악의 반인륜적 테러 습격은 한국 내 프랑스인 밀집지역인 서울 서래마을을 충격과 비통의 공간으로 바꿔났다.
15일 오전 이곳에서 만난 프랑스인 알린 씨(39·여)는 고국에서 발생한 연쇄테러 소식으로 이곳 주민들이 깊은 슬픔에 잠겼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속 ‘작은 프랑스로 불릴 만큼 재한 프랑스인들이 몰려 있지만 이날 오전 거리에서는 재한 프랑스인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서래마을의 한 카페 직원은 테러 소식이 들려온 어제부터 부쩍 외국인 손님이 줄었다”며 오늘까지 분위기를 보니 이곳 프랑스인들의 심리 상태가 많이 위축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재한 프랑스인들이 운영하는 서래마을 내 다수의 빵집과 식당 중 상당 수가 이날 영업을 포기한 듯 문을 열지 않았다. 평소 주말에도 서래마을에서 활발히 영업을 해온 D베이커리의 경우 가판대 위에 프랑스 국기만 놓여 있을 뿐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곳 거주민인 프랑스인 빈센트 씨(50)는 현재 이곳 프랑스인들은 조국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며 아직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들의 안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 만큼 가게를 운영하는 프랑스인들의 영업에도 당분간 차질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래마을에 위치한 서울프랑스학교의 정문도 굳게 닫혀있었다. 이곳을 지나던 주민 오양호 씨(56)는 서울 프랑스학교는 지역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통상 일요일에도 교문을 개방해왔다”고 말했다.
학교 앞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대기 중인 경찰 순찰차량도 목격됐다. 현장 근무를 하고 있던 서래파출소 관계자는 국내 프랑스인 사회를 겨냥한 추가테러에 대비해서 대기 중”이라며 추가테러의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폐쇄돼 서래마을 인근 어린이 공원으로 아이들과 나들이를 나온 외국인 크리스토프 씨(50)는 비록 내가 프랑스인은 아니지만 고국의 테러로 충격을 받은 이곳 프랑스인들은 서래마을조차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까 싶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는 테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든 불시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래마을에 사는 프랑스인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프랑스 출신 방송인으로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로빈 데이아나(26)는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제 가족과 연결이 잘 안 돼서 많은 걱정을 했지만 확인 결과 다들 무사한 것으로 밝혀져 안도했다”고 소식을 전한 뒤 용서할 수 없는 테러로 수백 명이 다쳤는데, 사상자가 더 이상 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황순민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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