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리 테러> 생존자들 "지진 난 듯 끔찍"… 병원 의사 "전쟁보다 참혹"
입력 2015-11-15 13:58  | 수정 2015-11-15 14:08
사진=연합뉴스


"지진이 난 것과 같았어요.", "피가 흥건한 바닥을 기어서 탈출했습니다.", "전쟁보다 참혹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참혹한 현장에서 목숨을 건진 생존자 등의 생생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생존자들이 전한 테러 현장 모습은 참혹함 그 자체였습니다.

루아크 비엘(33)은 이번 테러로 최대 피해자가 나온 바타클랑 극장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최대 1천500석까지 수용할 수 있는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테러 당시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비엘은 공연 관람권이 매진되기 직전 가까스로 표를 구해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행운은 공연 시작 불과 45분 만에 인생 최악의 경험으로 바뀌었습니다.

비엘은 테러범들이 총을 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자신 옆으로 하나둘씩 쓰러졌고 바닥은 곧 사망자와 부상자의 피로 물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테러범 3명 가운데 2명은 똑똑히 봤다"며 "한 명은 턱수염을 약간 기른 젊은이였고 작은 안경과 노란색 베레모를 쓴 다른 한 사람은 자살폭탄용으로 보이는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뱅 라발랑(42)은 사람들이 도망하려는 걸 보고 자신도 탈출을 시도했지만 총소리가 나는 바람에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움직일 수 없었고 숨조차 쉬지 않으려고 애썼다"며 "옆에 있던 술 취한 남자는 계속 '우리는 죽을 것이다'고 말했고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질로 잡혔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되도록 테러범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극장에는 안전 상황을 물어보려는 휴대전화 벨이 끊임없이 울렸고 그럴 때마다 테러범들의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총소리는 15초 간격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른 생존자 필립(35)은 "테러범들이 관중에게 총을 쐈고 사람들은 탈출하려고 했다"며 테러범들이 '움직이면 죽이겠다', '우리는 시리아 형제들의 복수를 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테러에서 목숨을 건진 앙토니는 마스크를 하지 않고 콧수염을 기른 테러범이 총을 난사한 것이 아니라 겨냥을 하고 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테러범들이 갔다는 소리에 '피 웅덩이'를 기어서 빠져나왔다"며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총부리가 눈앞에까지 왔지만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목숨을 건진 칠레인도 있었습니다.

다비드 프리츠 괴팅커(23)는 테러범이 자신을 지목하며 국적과 신을 믿는지를 물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가 신을 믿으며 프랑스인이 아니라 칠레인이라고 답하자 테러범들이 총을 쏘지 않고 놓아줬다고 설명했습니다.

괴팅커는 "지진이 난 것과 같았다"며 "테러범들은 사방에 총을 갈겼고 폭발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생존자들과는 달리 총을 맞은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았습니다.

파리 조르주 퐁피두 병원의 필립 쥐벵(51) 응급센터장은 "전쟁보다 참혹했다"는 말로 테러의 끔찍함을 표현했습니다.

쥐벵 센터장은 전날 밤 테러 공격 후 병원 호출을 받고 출근해 가슴과 배 등에 총상을 입은 50명의 부상자를 마주했습니다.

쥐벵 센터장은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취과 의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응급센터로 실려온 환자들이 전쟁 속 부상병들과 같았다며 "평생 그렇게 많은 부상자를 한 번에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바타클랑 극장에서의 사망자는 현재까지 모두 89명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 장소에서도 수 명에서 십 수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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