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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최원호의 프리미어 리뷰] 혼돈의 B조라서 더욱 중요해진 ‘자력’ ‘3승’
입력 2015-11-12 06:54  | 수정 2015-11-12 07:29
한국이 11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B조 예선 두번째 경기에서 10-1로 대승하며 ‘프리미어12’에서의 첫승을 올렸다. 사진(타이베이)=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B조예선 도미니카전)
십년 묵은 체증을 떨쳐내는 후련함이었다. 일본과의 개막전 1회 이후 15이닝 연속 무득점으로 숨죽였던 대표팀 타선이 11일 도미니카전 7회부터 3이닝동안 10득점을 폭발시켰다.
선수들은 드디어 몸이 풀렸고, 팬들은 이제야 경기가 좀 볼 맛이 난다.
대만 현지의 이종열 최원호 해설위원(SBS)과 11일의 도미니카전을 조목조목 되돌아봤다. 바작바작 속이 타들어가던 한국이 달콤 시원하게 첫 승의 목마름을 채운 10-1, 대승의 그 경기다.
▲ 가장 먼저 말해야 할 이름은 ‘장원준이다.
최위원=더 이상을 바랄 수 없는 호투였다. 상대 분석이 잘된 탄탄한 전략을 들고 나왔고, 전략대로 던질 수 있는 구위와 제구를 갖고 있었다. 도미니카 타자들이 바깥쪽 공은 날카롭게 받아치지만 몸쪽에 약점이 있는 것과 대부분 공격적인 성향으로 배트가 잘 나온다는 점을 두루 이용하는 영리한 피칭을 했다. 몸쪽 속구를 찔러 넣고 떨어지는 변화구로 배트를 유인하는 승부가 만점짜리였다. 컨디션 조절도 잘 하고 나왔고, 자신감 있고 냉철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 상대 선발 페레스 역시 6이닝 1피안타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최위원=어떤 사정이 있어서 고작 66구를 던진 페레스를 7회에 교체했는지 테하다 감독(도미니카)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번 시즌의 대부분을 불펜에서 뛰었던 투수라고 하지만, 한계 투구수가 70구 미만이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원래 6회까지 던질 예정이었다는 설명에 더욱 갸웃했다. 6회를 계산했다면 적어도 90구쯤은 각오하고 올린 선발일텐데.

어찌 됐든 투수를 바꿔준 것은 우리에게 고마운 일이었다. 페레스는 상당히 컨디션이 좋아보였고, 우리 타자들이 타이밍을 거의 못 맞추고 있었다.
▲ 7회 이대호의 역전 투런 한방 이후 거짓말처럼 타선이 활력을 찾았다.
이위원=한국 타자들은 전체적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못한 채 일본과의 개막전에 나섰고, 그 경기서 영패하면서 심리적으로 더욱 쫓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야구에서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최고의 해결사는 역시 장타다. 이대호의 홈런과 8회 김현수의 3타점 3루타가 그런 역할을 해냈다. 꽉 막혔던 타선의 체증을 뚫고, 제대로 폭발시켰다.
역전 투런홈런의 등장 장면을 만들어낸 이용규의 볼넷도 결정적인 수훈이다. 한국 타자들을 꽁꽁 묶고 있던 상대 선발이 내려간 뒤, 바뀐 투수 론돈에 맞선 첫 타자였다. 도미니카의 투수 교체를 진정한 한국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가 달린 중요한 승부에서 이용규는 1B2S에 몰린 이후 볼 세 개를 골라냈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출루였다.
▲ 이대호는 세번째 투수 페르민의 2구째 낮은 속구를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이위원=원래 낮은 공을 잘 받아치는 이대호가 코스와 구질을 정확하게 예측해 노려 쳤다. 상황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강타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 박병호는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위원=몇 차례 불리했던 볼 판정이 있었는데 스트라이크존에 스트레스를 받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여러 나라의 심판들이 번갈아 마스크를 쓰는 국제대회에서는 원래 적응하기 힘든 스트라이크존을 숱하게 만난다. 경기마다 새롭게 적응해내는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편하게 성장했던 타자가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더 크게 자랐던 타자이니 만큼 남은 더 중요한 경기들에서 곧 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
한국의 4번타자 이대호는 0-1로 뒤지던 7회 역전 투런홈런을 쏘아 올리며 이후 3이닝동안 10득점으로 폭발한 한국 타선을 이끌었다. 사진(타이베이)=천정환 기자
▲ 대회전 강팀으로 예상됐던 도미니카가 2패로 최하위, 약세로 봤던 멕시코는 일본과 1점차 접전을 벌였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에게 패했다. B조가 혼돈 속이다.
최위원=B조의 중남미 팀들이 거의 비슷한 컬러를 보이고 있다. 일단 타자들이 좋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득점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투수들의 기량이 들쭉날쭉해서 볼은 빠른데 제구에 기복이 있는 유형들이 많아 보인다. 이처럼 변수 많은 마운드에 남미 선수들 특유의 화끈한 ‘기분파 경기력이 더해지다 보니 B조의 중남미 팀들이 모두 ‘도깨비팀처럼 되어가고 있다. 누가 누구에게 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남의 경기 승패를 예상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자력으로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3승이 절실하다. ‘경우의 수의 바다에 빠지지 말아야겠다.
이위원=한국에게 1-10으로 크게 패했지만, 여전히 도미니카 역시 약팀으로 말할 수 없다. 이후 일본을 비롯해 어느 팀도 이길 수 있는 전력이다.
▲ 12일 베네수엘라전에는 이대은이 출격한다.
최위원=도미니카 타선을 요리했던 장원준처럼 확실한 전략과 안정적인 제구가 필요할 것이다. 몸쪽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포크볼, 느린 커브의 승부구가 잘 먹히면서 공격적인 베네수엘라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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