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기권 장관의 경고 “정규직과 대기업 노조는 비정규직을 볼모 삼지말라”
입력 2015-11-11 17:55 

‘노동개혁 5대 법안의 본격 논의가 예고되는 가운데 비정규직 3대 쟁점인 비정규직 차별시정신청권, 기간제 근무기간 연장, 파견업종 확대 등을 두고 노사정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노사정위위원회는 지난 9일 노조의 차별시정신청권과 파견업종 확대와 관련해 합의점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노사정간 의견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면서 결국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노동개혁 5대 법안은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이다. 이 가운데 쟁점은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에 집중됐다. 노사정위는 이들 법안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검토안을 토대로 오는 16일까지 관련 합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며, 국회는 16일부터 입법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사간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합의안 도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노사정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매일경제 특별기고에서 노사간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정규직·유(有)노조·대기업으로 대변되는 노측이 비정규직을 위한 대안보다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기고문에서 비정규직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합의가 가능하다”며 비정규직을 볼모로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동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경고했다.

3대 쟁점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이 이는 사안은 파견업종의 확대다. 현재 파견허용업종은 32개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으며, 제조업에 대한 파견근로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는 55세 이상과 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파견허용 업종을 추가로 확대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고, 주조·금형·용접 등 산업 기초가 되는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 또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뿌리산업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열처리, 금형, 표면처리 산업의 인력부족율은 각각 5.3%, 3.6%, 3.5%로 제조업 평균 2.7%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뿌리산업은 사업체가 영세하고 경기의 부침에 민감한 특성이 있어 인력 활용에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은 뿌리산업이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상용형 파견모델을 제안했다. 근로자는 파견업체의 정규직으로 고용되고, 파견이 없는 기간에는 훈련을 받으며 금전적 지원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에 대해 결사반대하는 입장이다. 뿌리산업의 공정이 자동차나 조선, 기계금속 등 제조업 주요 업종의 대부분 공정에 걸쳐있어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면 사실상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령자·고소득전문직 파견 허용 확대에 있어서도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고소득 노동자들이 현재 사업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기간 연장 문제도 노사가 대척점에 있다. 정부는 기간제 근로에 대한 2년 사용기간 제한의 법적인 요건을 유지하되, 계속 근무를 희망하는 35~54세 근로자에 한해 사용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안을 내놨다. 다만 기간연장 후 정규직으로 전환을 하지 않으면 퇴직급여 확대 적용과 함께 이직수당도 별도로 지급하도록 했다.
기간제법은 지난 2007년 시행된 이후 기본적인 입법목적과 달리 기간제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키우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확대한 결과로 이어졌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기간제의 평균근속기간은 2007년 4.85년에서 2010년에는 2.33년까지 하락했으며, 2014년에는 3.27년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
이같은 근속기간의 축소는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임금격차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 교수는 올해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분석하면 기간제 근로자의 근속기간이 1년 증가하면 임금은 2.7%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임금에 큰 영향을 주는 근속기간이 줄어들면서 기간제의 임금도 낮아지고, 이에 따라 정규직과 기간제의 임금격차가 확대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기간제 근무기간의 연장이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 수를 양산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차별신청권 부여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논란이 크다. 차별시정제도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을 때 이를 시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노총 측은 노조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근로자가 겪은 차별을 노조가 당사자 동의 없이 시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차별신청권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정위 전문가그룹은 차별을 받은 근로자들이 신분노출 부담 등으로 신청을 기피하면서 차별시정신청건수가 적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신청대리권 허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동의가 없이 노조가 직접 시정신청을 하는 ‘차별신청권에 대해서는 오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정신청을 노조가 대신하는 것에 대해서는 법리적인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당사자의 의견과 관계없이 시정신청을 하는 것은 현행 법체계상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현재 근로감독관의 차별시정권한과 노동위원회 통보제도를 활용·활성화하는 편이 더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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