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속 빈 강정 해외펀드…`자투리펀드` 넘쳐
입력 2015-11-11 17:37  | 수정 2015-11-12 10:44
올해 들어 쏟아진 해외 주식형 펀드가 저조한 성과로 자금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1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설정된 해외 주식형 펀드(대표 펀드 기준·ETF 제외) 수는 모두 112개에 달한다. 2010년부터 4년간 국내에서 신규 출시된 해외 주식형 펀드가 30여 개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장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 펀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2011년 일본 증시가 반 토막 나면서 지난 4년간 해외 주식형 펀드 시장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
하지만 펀드 수만 급증했을 뿐 내실은 엉망이라는 게 문제다. 신규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은 -3.82%에 머무르고 있다.
신규 해외 펀드들의 수익률 부진은 시장 흐름에만 맞춰 상품을 쏟아낸 자산운용사들 책임이 크다. 과열 시장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있음에도 자금만 몰리면 앞다퉈 관련 펀드를 출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12개 신규 펀드 중 글로벌 증시 호황이던 2분기에 절반가량(54개)이 출시됐으며 이 중 3분의 1이 고점이던 중국 펀드에 집중했다. 반면 상하이 증시 폭락이 시작된 6월 말 이후 현재까지 출시된 중국 펀드는 한 개도 없다.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 인상 우려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신흥국 경기가 악화되자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펀드 출시에 '몰빵'했다. 지난 7~8월 새로 설정된 19개 해외 주식형 펀드 중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15개에 달한다. 최근(10월~현재)에는 글로벌 증시 회복세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자 아예 펀드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고점에서 무분별하게 출시하고 하락하면 자취를 감추는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1만7000선을 유지하던 2007년 상반기에만 25개 일본 펀드를 쏟아냈던 운용사들은 지수가 60%가량 급락한 이듬해 5개 일본 펀드만 신규로 설정했으며, 2007년 상하이지수 급등락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운용사 판매액을 높이기 위해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펀드들이 '자투리(설정 1년 이상·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출시 시기를 감안해 상반기 출시 펀드로만 범위를 좁혀도 81개 중 48개가 설정액 50억원 미만이다. 이 가운데 설정액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펀드만 18개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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