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주식형펀드, 반찬수는 많은 데 먹을 건 없다?
입력 2015-11-11 15:53 

올들어 쏟아진 해외주식형 펀드가 저조한 성과로 자금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1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들어 신규설정된 해외주식형펀드(대표펀드 기준, ETF 제외) 수는 모두 112개에 달한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국내에서 신규 출시된 해외주식형펀드가 30여개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 성장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브라질 등 신흥국펀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고 2011년 일본 증시가 반토막나면서 지난 4년간 해외주식형펀드 시장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던 것.
하지만 펀드수만 급증했을 뿐 내실은 엉망이라는 게 문제다. 신규 해외주식형 펀드의 설정 이후 평균수익률은 -3.82%에 머무르고 있다.
신규 해외펀드들의 수익률 부진은 시장 흐름에만 맞춰 상품을 쏟아낸 자산운용사들의 책임이 크다. 과열 시장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있음에도 자금만 몰리면 앞다퉈 관련 펀드를 출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12개 신규펀드 중 글로벌 증시 호황이던 2분기에 절반 가량(54개)이 출시됐으며 이중 3분의 1이 고점이던 중국펀드에 집중했다. 반면 상해증시 폭락이 시작된 6월말 이후 현재까지 출시된 중국펀드는 한 개도 없다.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원자재값 하락으로 신흥국 경기가 악화되자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 펀드 출시에 몰빵했다. 지난 7~8월간 새로 설정된 19개 해외주식형 펀드 중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15개에 달한다. 최근 (10월~현재)에는 글로벌 증시 회복세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자 아예 펀드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고점에서 펀드를 무분별하게 출시하고 하락하면 자취를 감추는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일본 니케이지수가 1만7000선을 유지하던 지난 2007년 상반기에만 25개 일본펀드를 쏟아냈던 운용사들은 지수가 60% 가량 급락한 이듬해 5개 일본펀드만 신규설정했으며, 2007년 상해지수 급등락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운용사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펀드들이 ‘자투리(설정 1년 이상,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출시 시기를 감안해 상반기 출시펀드로만 범위를 좁혀도 81개 중 48개가 설정액 50억원 미만이다. 이 가운데 설정액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펀드만 18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특성상 출시 6개월 내에 두드러진 성과로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하면 이후에는 웬만큼 수익률이 반등해도 마케팅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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