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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예` 종영②]제대로 ‘인생작’ 만난 그와 그녀들
입력 2015-11-11 13:3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은 어쩌면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극본 조성희/연출 정대윤)를 위한 명언이 아닌가 싶다. SBS ‘용팔이의 기세에 밀려 4.8%라는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했던 ‘그녀는 예뻤다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의 수목극 1위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 바탕에는 대본과 연출의 앙상블이 존재했지만 그 위에서 펄펄 살아 숨 쉰 주연 배우 4인방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무엇보다 ‘그녀는 예뻤다는 배우들의 재발견이라는 큰 수확을 남겼다. 황정음, 박서준은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들었다. 또 고준희와 최시원은 기존 몰랐던 매력을 시청자에게 120% 어필하며 ‘주목받아 마땅한 배우로 톡톡히 자리매김했다.

◆ 황정음, 당신의 선택은 확실히 옳았군요
1.5세대 걸그룹 슈가 출신 황정음이 연기자로 변신한 뒤 처음 선택한 작품은 2005년 방송된 드라마 ‘루루공주였다. 이후 ‘사랑하는 사람아, ‘겨울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에덴의 동쪽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활약했으나 그녀를 제대로 배우로 각인시킨 건 2009년작 ‘지붕뚫고 하이킥이다.
시트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기반으로 실제 자신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황정음은 곧바로 투입된 ‘자이언트에서 혹독한 정극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자이언트 초반 연기력 논란으로 뭇매를 맞았지만 긴 호흡의 작품을 통해 톤을 잡아가기 시작하면서 끝내 ‘성공적 정극 도전이라는 호평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내 마음이 들리니, ‘골든타임, ‘돈의 화신 등 쉼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황정음은 2013년 방송된 ‘비밀로 다시 한 번 자기만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당시 ‘비밀에서 보여준 드라마틱한 열연은 ‘황정음의 재발견이라는 꼬리표를 ‘믿고 보는 황정음으로 바꿔 놨다.
화차 같은 황정음의 질주는 계속됐다. ‘끝없는 사랑 메인 여주인공으로 나서 다시 한 번 굴곡진 여성의 인생을 온 몸 던져 열연하더니 올 초 ‘킬미, 힐미를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였고,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연기와 흥행 모두를 잡은 연기파 스타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극중 주근깨 뽀글머리로 역변한 폭탄녀 김혜진 역을 맡은 황정음은 극의 절반 가량을 못난 모습으로 채웠다. 예뻐보이고 싶은, 여배우의 당연한 욕심을 내려놓고 망가질대로 망가진 덕분에 황정음이 만들어낸 짹슨 캐릭터는 더욱 사랑스럽게 빛났다.
첫사랑과 재회라는 진부한 소재의 극에 더욱 활력을 넣은 황정음의 열연은 ‘그녀는 예뻤다를 초반 부진에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전작 ‘비밀에 이어 다시 한 번 드라마에 심폐소생을 제대로 한 황정음. 이쯤 되면 그녀의 선택은 정말 믿고 봐도 되겠다.

◆ 황정음 원맨쇼 제동 건 ‘지부편앓이 박서준
2012년 드라마 ‘드림하이2를 통해 주목 받은 박서준은 이듬해 ‘금나와라 뚝딱에선 철부지의 매력을, ‘따뜻한 말 한마디에선 로맨틱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매력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쾅 찍었다. 당시 ‘금뚝에선 백진희와는 알콩달콩 로맨스를, ‘따말에선 한그루와는 농도 짙은 감성을 표현하며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도 회자됐다.
이후 엄정화와 함께 한 ‘마녀의 연애를 통해 과감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박서준은 올 상반기 ‘킬미, 힐미에서 지성, 황정음과 트라이앵글 케미를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 ‘그녀는 예뻤다로 시청자들을 ‘지부편앓이로 대동단결 시켰다.
박서준은 극중 패션 매거진 더 모스트의 달콤 까칠한 부편집장 지성준 캐릭터를 통해 배우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까칠함 속에 숨겨둔 섹시함이나, 로맨틱가이 같으면서도 은근히 허당기 다분한 매력, 여기에 과거 트라우마에 아파하며 보호본능까지 자극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잠 못 들게 했다.
사실 지성준은 극 초반 황정음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과 고준희, 최시원이 보여준 기대 이상 캐릭터라이징에 다소 가려졌었다. 초반 존재감 부재 속에서도 묵묵히 캐릭터에 몰입한 박서준은 자신의 진짜 첫사랑 김혜진(황정음 분)과의 재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지성준을 로맨틱가이로 탈바꿈시키며 포텐을 터뜨렸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녀는 예뻤다의 메인 남주인공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했다.

◆ 똑단발만 어울릴 줄 알았지? 숏컷 고준희 또 떴다
고준희에겐 분명, 시쳇말로 ‘머릿빨이 있다. 짧은 머리로 승부수를 띄웠을 때 여지없이 성공한 건데,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그 공식 아닌 공식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2000년대 초반 연예계에 데뷔한 고준희는 2006년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를 통해 주연급으로 발돋움했지만 크게 주목받진 못했다. 그간 세련된 ‘차도녀 이미지가 강했던 고준희는 대중에 배우보다는 트렌디 스타로 각인됐었다.
그랬던 고준희가 제대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2년 드라마 ‘추적자를 통해서였다. 아무나 소화 못 하는 똑단발에 꾸미지 않은 듯 털털한 비주얼로 시청자에 눈도장을 찍은 고준희는 이후 ‘야왕, 영화 ‘결혼전야, ‘나의 절친 악당들 등을 통해 묵묵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후 선택한 ‘그녀는 예뻤다는 고준희가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로맨틱코미디 장르물이다. 극중 민하리 역을 맡은 고준희는 메인 여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과 사랑과 우정 사이 줄타기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자칫 악녀로 변신할 뻔 했으나 결국 빛나는 우정을 택하며 호감 캐릭터로 남았다.
전형성을 깬 캐릭터의 행보뿐 아니었다. 극 초반부터 고준희는 황정음과 女女 케미를 선보이며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또 하리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열연을 통해 배우로서 한 단계 발돋움했단 평을 받았다. 숏컷을 비롯해 또 하나의 ‘워너비 스타일을 표현해낸 점도 강점으로 떠올랐다.
이쯤되면 다음엔 작품을 위해 반삭발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을 정도다. 혹시 또 아나. 지금의 고준희를 있게 한 ‘추적자와 ‘그녀는 예뻤다 같은 또 하나의 인생작을 만나게 될 지.

◆ 이정도일 줄 몰랐지? 최시원, 물 만난 고기란 이런 것!
‘똘기자 김신혁 역의 최시원에게 ‘그녀는 예뻤다는 그야말로 인생작이다. 슈퍼주니어 멤버로 ‘포춘쿠키라는 애칭으로 팬덤의 사랑을 받는 정도에 그쳤던 최시원을 국민스타로 발돋움하게 한 게 ‘그녀는 예뻤다이기 때문.
최시원은 2005년 슈퍼주니어 1집으로 연예계 데뷔했다. 팀 내 비주얼 담당이던 그는 다수 드라마를 통해 ‘연기돌 열풍이 불기 전부터 가수 겸 배우로 활약했지만 이렇다 할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다.
그나마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 ‘오! 마이 레이디 등이 그의 필모그래피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잘생김이 묻어나는 얼굴로 캐릭터의 한계도 분명 존재했고, 그렇게 애매모호한 위치에서 10년차를 맞이했다.
그러던 최시원은 MBC ‘무한도전 식스맨 특집을 통해 기존에 비해 한결 편안한 이미지로 대중의 호감을 샀다. 그 후 (오는 19일) 군 입대 전 마지막 활동으로 택한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대박 중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최시원은 특유의 넉살 좋은 ‘리액션으로 코믹과 멜로를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으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내며 박서준의 ‘지부편앓이에 버금가는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연기 내공을 제대로 발산한 단 한 편의 작품으로 가히 ‘미래를 주목하게 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매직을 일궈낸 것이다.

‘그녀는 예뻤다는 주근깨 뽀글머리 역대급 폭탄녀로 역변한 혜진(황정음)과 초절정 복권남으로 정변한 성준(박서준), 완벽한 듯 하지만 빈틈 많은 허당 섹시녀 하리(고준희), 베일에 가려진 넉살끝판 반전남 신혁(최시원), 네 남녀의 재기발랄 로맨틱 코미디다. 11일 종영한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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