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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①] ‘발칙하게 고고’, 왜 한국판 ‘브링 잇 온’ 되지 못했나
입력 2015-11-11 09:27 
[MBN스타 박주연 기자] 열여덟 청춘들의 고민과 성장을 그린 KBS2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가 12부를 끝으로 퇴장했다. 부모님과의 불화, 학교폭력을 주로 그려왔던 기존 학원물과 달리 치어리딩이라는 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차별화를 선언했으나, 당초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치어리딩의 과정이나 묘미가 드라마 속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치어리딩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소재였다.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커스틴 던스트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브링 잇 온(Bring It On, 2000)을 떠올렸다. ‘발칙하게 고고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관련된 질문이 오갈 정도였다. ‘브링 잇 온은 치어리딩을 통해서 팀이 단합하고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유쾌하게 그려내며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내일을 살아갈 사람들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는 이은진 PD의 의도와 부합하는 좋은 선례가 된 작품이다.

사진=발칙하게 고고 캡쳐


물론 장르가 다르고, 드라마기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완벽한 치어리딩을 선보일 수는 없다. ‘브링 잇 온과 달리 ‘발칙하게 고고에는 기술적인 부분과 시간에 대한 한계나 제약이 있었다. 촬영기간 또한 넉넉지 않은 탓도 있었다. 문제는 강연두(정은지 분)를 비롯한 학생들의 고민이 치어리딩과는 별개의 에피소드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입시, 친구들 간의 불화 등 고민과 분노조절장애, 신체접촉장애 등 비밀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치어리딩은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권수아(채수빈 분)가 악행을 저지르고 이를 반성하는 과정에도, 서하준(지수 분)과 하동재(차학연 분)가 정신적인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에도 치어리딩의 존재는 미미했다. 중심소재로 활용돼야 할 치어리딩이 오히려 드라마의 부수적 요인으로 밀려난 것이다. 백호와 리얼킹이 서로를 알아가고 동료로서 끈끈해지는 과정 또한 너무 가볍고 안일하게 그려졌다는 것도 큰 아쉬움이다.



강연두와 김열(이원근 분), 서하준의 삼각 러브라인이 심화되면서 치어리딩은 더욱 멀어졌다. 여기에 극 초반부터 계속 그려져 왔던 강연두와 김열 부모님의 연애가 종영까지 단 2회 남은 시점에 아이들에게 밝혀지면서 극 속 치어리딩은 제 역할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발칙하게 고고가 12부 짧은 호흡으로 진행된 만큼, 굳이 부모님들의 연애사와 그로 인한 주인공들의 남매 위기 봉착의 에피소드가 필요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다. 치어리딩 이야기에 집중해도 부족한 시간이다.

국내에서는 주목 받지 못한 치어리딩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활용했지만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발칙하게 고고의 패착 요인이 됐다. 치어리딩을 통해 아이들이 구르고 깨지며 팀을 위한 개인의 헌신과 동료의 소중함을 배워갔다면 어땠을까. 그 이후 진하게 남는 여운이야 말로, 이은진 PD가 말하고 싶었던 열여덟 청춘과 사람들을 향한 응원과 독려가 아니었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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