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ML 진출 공장…특화된 히어로즈의 ‘특이성’
입력 2015-11-11 06:01 
박병호(사진)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할 경우, 넥센 히어로즈는 2년 연속 메이저리거를 배출하게 된다. 포스팅을 통해 2년 연속 메이저리거를 탄생시키는 건 KBO리그 역사상 처음이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시계태엽을 잠깐 거꾸로 돌려보자. 지난 5일이었다. 히어로즈 야구단은 넥센타이어와 네이밍 스폰서십 3년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6년간 써왔던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3년 더 쓸 수 있게 됐다.
2주간 들끓었던 논란은 식었다. 일본계 종합금융그룹 J트러스트 협상 논의가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일본계 자본인 데다 태생적으로 대부업으로 자본을 끌어모았던 기업이었다. 국민 정서에 위배된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 발을 뒤로 뺀 히어로즈였다. 결국 넥센타이어가 금액을 크게 올리면서 ‘동행 기간이 좀 더 길어지게 됐다.
이 네이밍 스폰서십을 계기로 두 가지 사실이 제대로 알려졌다. 한 가지는 제2금융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는 것(특히 일본계 자금이라면 더욱 강하다)이고, 다른 한 가지는 타 구단과 태생적으로 다른 히어로즈의 ‘특이성이었다.
히어로즈는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모그룹을 갖지 못한 채 스폰서를 유치해 살림을 꾸려왔다. 성공적인 모델을 구축하기도 했으나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그 ‘다름의 특별함이 이번 네이밍 스폰서십을 통해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이틀 만에 그 특이성은 특화됐다. 박병호 포스팅을 통해 히어로즈만의 특별함이 두드러졌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한 박병호는 포스팅 절차를 밟았으며, 치열한 경쟁 끝에 1285만달러를 응찰한 미네소타 트윈스가 단독 협상 권리를 획득했다. 고배를 마셨던 다른 몇몇 구단도 1000만달러 이상의 지출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히어로즈는 지난 7일 포스팅 금액을 접하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수용했다. 그 어느 때보다 빨랐던 ‘오케이 사인이다. 다른 구단일 지라도 1285만달러라는 거액을 거부할 리가 없다. 역대 아시아 출신 야수 포스팅 금액 2위다. 1년 전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비교해도 2.5배 이상 많은 거액이다.
박병호는 오는 12월 9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미네소타와 개인 협상을 갖는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지 않았으며, 무턱대고 ‘고자세를 취하지 않겠다는 게 박병호의 생각이다. ‘합당한 대우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한 달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결렬될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최종 계약을 하게 될 경우, 히어로즈는 2년 연속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야수를 배출하게 된다. 그리고 1785만2015달러의 이적료로도 챙기게 된다. 타 구단의 부러움을 받을만한 많은 액수다.

박병호의 포스팅 금액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화제였다. ‘서프라이즈였다. 어느 구단이라도 ‘노를 외치기 어려운 매력적인 제의였다.
하지만 그만큼의 거액이 아니었더라도 히어로즈는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가이드라인은 특별히 없었다. 터무니없는 금액이라는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기본적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방침이었다. ‘셀링 클럽 이미지일 수 있지만, 더 큰 무대로 나아가는데 문턱을 낮췄다는데 더 큰 의의를 둬야 할 것이다.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계약한다면, 포스팅으로 2년 연속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는 경우는 사상 처음이다. 우선 강정호, 박병호의 개인 기량을 높이 사야 하나, 히어로즈의 경영 마인드 또한 높이 평가해야만 한다.
‘자존심을 운운하며 콧대 높았던 지난날의 KBO리그였다. 이는 지금도 다르지 않다. 또한, 오너의 재가를 받아야만 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타 구단은 헐값에 보낼 수 없다고 했으나 ‘어느 정도 헐값에도 보낼 수도 있다는 히어로즈였다. 유연한 자세다. 이상적으로 선수들의 꿈을 이뤄주겠다는 지지도 크지만, 현실적으로 포스팅을 통한 수입 확대도 있다. 태생적으로 특이한 히어로즈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공장이라는 명성에는 오히려 특화된 구조다.
히어로즈 자체가 기업이다. 그리고 기업이니 가장 큰 목표는 이익 창출이다. 앞으로도 제2의 강정호, 제2의 박병호를 또 준비할 것이다. 이는 히어로즈만의 성공적인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은 큰 꿈을 품은 다른 선수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태울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