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왜 증시서 대형주 팔고 중형주 살까?
입력 2015-11-10 17:48 

G2(미국·중국) 악재에 외국인의 ‘한국 증시 엑소더스가 본격화 되고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까지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9.11포인트(1.44%) 하락한 1996.5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70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지수가 2050을 넘었지만 그 후 5일부터 10일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코스피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 하락률은 2.7%에 달한다.
지난 8월 급락 이후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가 하락세로 반전한 것은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 지난달 72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바이 코리아를 이끌었던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코스피 종목들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동안 800억원 넘게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일에도 7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처럼 거센 외국인 매도세 때문에 이날 중국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아모레퍼시픽(-1.58%)·LG생활건강(-2.32%)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나온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이 외국인 움직임에 변화를 가져온 계기로 분석된다. 이어 지난 6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양호하게 나타나면서 12월에 미국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달러 기준으로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전에 한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해서 빠져나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대형주(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에서 876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중형주(코스피 시총 101~300위)에서는 867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그 결과 중소형주들이 대형주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외국인 자금이 대형주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은 전체적인 한국 증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제약주를 중심으로 일부 중소형주에 대해 선택적으로 매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중소형주의 낙폭이 과대했기 때문에 저가 매수 차원에서 사들이는 물량이지 공격적인 매수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지수가 195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요섭 팀장은 앞으로 원화가 엔화나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수출주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아 코스피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11월 코스피지수가 최대 1950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승훈 팀장은 1900포인트 선은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1920~1930선을 지지라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점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해관총서(중국의 세관행정부서)는 10월 무역수지가 달러 기준 616억4000만달러(약71조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이 전년 대비 6.9% 감소하고 수입은 무려 18.8%나 감소한 ‘불황형 무역흑자였다. OECD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한국 증시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4년 6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 때도 한달 후 코스피가 6%, 코스닥이 14%까지 하락했다”며 당시는 중국을 필두로 이머징마켓이 성장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머징마켓의 경제성장률이 선진국보다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흥국에 대한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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