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세청·금감원도 영장으로 수사하는데 공정위는 아직···
입력 2015-11-10 17:05 

지난 2월 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들이 인천광역시 소재 화장품업체 M사에 대한 현장 세무조사 때 일찍이 본 적이 없는 사달이 벌어졌다. 가벼운 마찰이야 여느 세무조사에서도 발생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업체 측이 ‘방어권을 주장하며 조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업체 직원들은 회사의 중요 회계장부가 모두 보관돼 있던 한 사무실의 문을 잠근 채 조사관들의 출입을 가로막았다. 고성과 가벼운 몸싸움이 오가는 등 양측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조사관들이 지속적으로 사무실 문을 열라고 요구하며 조사 강행 의사를 밝히자 이 회사 직원들은 조사관들을 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조사관들은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한 차례 보완 지휘를 한 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발부 받았고 이 영장 덕분에 탈 많았던 이날 조사를 마무리가 됐다.
이후 업계와 국세청 주변에선 한동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이렇게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이 조사 자체를 거부해 조세공무원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는 일은 유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국세청이 적법절차의 상징이라는 칭송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세당국은 고발 등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범칙세무조사 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지위를 활용할 수 있다.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고 검사가 이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영장만 있으면 조사 방해를 형사처벌할 수 있고 적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필요한 장부나 증거물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 8월부터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특사경 자격을 부여받아 직접 강제수사를 벌이게 됐다. 특사경은 주로 민생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이 전문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 금감원이 특사경 지위를 부여받는 과정에선 갈등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사경은 지위이자 권한이지만 적법절차의 의무를 지키라는 명령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게 되면 금감원 조사의 적법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거라고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논란 끝에 금융감독기관들까지 특사경을 받아들이면서 공정위만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기업들의 비리와 부패 의혹 등을 감시하는 거대 사정기관 가운데 헌법의 영장주의에 따른 특사경을 받아들이지 않는 곳은 공정위 뿐이기 때문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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