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통비에 의상비까지…면접 보는데도 허리 휘네요”
입력 2015-11-10 15:50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김보라씨(24)는 최근 부산 지역에 있는 공기업에 최종 면접을 다녀왔다. 왕복 KTX 왕복 비용으로 10만원을 썼고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다듬는데 별도로 15만원이 들었다. 면접용 의상을 위해 구두와 자켓을 사는데만 60만원을 썼다. 부산에서 택시비와 식사비용등 기타지출까지 합해 총 100만원이 넘는 자비를 들였지만 회사 측에서는 한 푼의 지원도 받지 못했다. 최종 면접 결과는 아쉽게도 탈락이었다. 김씨는 탈락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당장 이번 달 날라올 신용카드 고지서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쉰다.
주요 기업 면접 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최대 100만원이 넘는 ‘면접 비용 때문에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취준생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유가 있는 취준생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이른바 ‘흙수저 청춘(부유층을 가리키는 은수저의 반대말)들은 면접 2~3곳만 다녀와도 당장 생활에 타격을 받는다. 김 씨는 다음달에도 지방 소재 두개 기업에 면접을 다녀올 예정인데 당장 차비조차 없어 일용직 시식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 했다”며 취업 경쟁자들은 그 시간에 면접 준비를 하고 있을텐데...” 라며 안타까워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358명을 대상으로 면접비 지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29.1%만이 ‘(부분적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면접비를 일부나마 제공해주는 기업이 세곳 중 한곳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면접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회사에게 그 이유를 묻자 ‘허수 지원자들이 많아서(33.1%), ‘지급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31.5%), ‘회사 방침이라서‘(23.6%) 라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면접비를 지급하는 곳의 비용도 실제 비용에 비해선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회사가 1인당 지급하는 면접비는 평균 3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회 당 면접 비용인 평균 19만원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용 부담에 면접을 포기하는 취준생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취준생 김종건씨(27)는 공채 시즌에는 한 주에만 3~4개씩 면접이 잡히고 면접 비용만 수 십만원이 넘게 든다며 얼마전 지방소재 유통 기업의 최종면접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람인의 설문 결과 면접 경험이 있는 602명 가운데 180명(29.9%)이 비용 부담으로 인해 면접을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석호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면접에 관련된 모든 비용을 응시자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또다른 의미의 ‘갑질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밝혀 불필요한 면접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구나 기업 10곳 중 6곳은 채용때 지원자들에게 불합격 사실조차 통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탈 사람인이 기업 1689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61.5%가 ‘지원자에게 불합격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불합격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비율은 기업 규모별로 중소기업(64.5%), 중견기업(50%), 대기업(35.4%) 순인 것으로 조사됐다. 불합격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는 ‘사유를 설명하기 어려워서(29.5%), ‘‘반감을 일으킬 수 있어서(28.1%),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25.4%),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9.4%), ‘응시 인원이 너무 많아서(13.0%) 등으로 조사됐다. 채용 불합격 사유 고지 의무화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들의 57.9%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불합격자 통보는 지원자에 대한 일종의 예의이자, 기업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이같은 배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채수환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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