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량 식품? 문제는 후진적 유통시스템이야!
입력 2015-11-10 10:47 

먹거리 문제만큼은 정직과 신뢰가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식품유통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충암고에서 발생한 불량급식도 학생들의 먹거리를 담보로 회계서류 조작을 통한 급식비 편취, 원산지 허위표시, 저질 비위생 급식 제공 등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건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부랴부랴 보건당국은 산후조리원, 키즈카페 등을 점검하고 떡볶이, 순대, 계란 등과 같은 국민간식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후진국형 급식비리는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특히 대규모로 급식을 하는 학교를 포함한 회사급식, 병원급식, 군대급식 등에도 이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보건범죄인‘고의적 식품사범을 염두에 두고 불량식품을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과 함께 4대악으로 규정, 이를 척결하겠다고 약속하며 3년 가까이 식품의 안전관리정책을 강력히 펼치는 와중에 발생한 일이라 더욱 충격이 크다.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낙후된 식품 유통구조 탓이기도 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축산물이나 수산물을 냉동차량이 아닌 일반 탑차나 트럭으로 실어 나르거나 신선식품을 리어커나 오토바이로 배송하는 광경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원료 식자재는 유통단계에서도 교차 오염될 수 있어 반드시 적절한 온도에서 유통시켜야 한다. 한마디로‘정온물류관리가 유통상 안전문제 발생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식품산업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약 2만5000개 식품제조가공업체 중 종업원 50인이하의 영세업체가 96.7%를 차지한다. 이들 중소기업이 많은 비용을 들여 정온물류관리를 위한 냉동차량을 확보하거나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식자재는 가급적 유통단계를 최소화하고 단계별 안전성검사를 꼼꼼히 실시해야만 문제 발생을 차단할 수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규모 물류창고나 자체 식품안전센터를 확대 운영하는 추세이며, 원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산지 계약재배를 늘리고 거점별 물류센터 구축을 통한‘적시적소배송시스템으로 유통상 안전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결국 먹거리 안전을 위해서는 산지의 원재료 관리부터 유통단계별 안전관리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먼저 산지 생산 1차 원물을 보관하기 위한‘산지공동보관창고를 설치해야 한다. 여러 곳에 소규모 창고를 짓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별 공동보관창고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덧붙여서 유통과정에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거점별‘공동정온물류창고운영을 제안한다. 이는 중소 영세업체가 직접투자하기 어려운 인프라이기 때문에 이 또한 국가나 공공기관이 설치하고, 민간 이용업체에게 저가로 임대해 주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체 시장의 5%에 그치는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에서 보듯 식자재 유통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기업의 투자와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굵직한 산업인프라 조성을 위한 규제 완화와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 먹거리 안전문제로 국민을 불안케 해서는 안된다. 먹거리 안전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넘어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만큼 식자재 유통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정부와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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