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원자력산업 메카 꿈꾸는 천년고도 경주 직접 가보니…
입력 2015-11-08 16:36 
대우건설 신월성 원전

‘천년고도 경주가 한국 원자력 산업 메카를 꿈꾼다. 경주는 개발제한에 묶여 인근 울산, 포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지만 신월성 원자력 1, 2호기 완공과 내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 이전을 계기로 한국 원자력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 한다는 계획이다.
울산공항에서 동해안 31번 국도를 따라 경주 문무대왕릉이 위치한 북쪽을 향해 차로 30분을 달리다 보면 바닷가에 둥근 돔지붕 구조물 6개가 나란히 나온다. 대형 포탄같은 아파트 12층 높이 콘크리트 구조물은 월성 원자력 1, 2, 3, 4호기와 신월성 원자력 1, 2호기다.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양남면 봉길리에 위치한 신월성 원자력 발전소 1,2호기 공사현장은 9일 준공식만 남겨둔 채 상업발전 준비가 끝나 발전소 직원 주차장은 500여대 차량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발전소 인근 읍천항 식당도 점심시간 발전소 관계자들로 분주했다.
읍천항 음식점 주인은 앞으로 한수원 본사 직원들까지 경주로 내려오면 단체 회식이나 출장 손님들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월성 1,2호기 건설은 1조원 넘는 국책사업으로 2005년 부지 정지공사부터 원자로 건물, 연료건물까지 10년 만에 준공됐다. ‘한국형 원전 해외수출을 목표로 설계부터 국산화했다는 의미에서 5분 거리 월성 원자력 발전소와 구분해 ‘신(新)월성으로 부른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형 원전도 안전성이 강화돼 원통형 원자로 외벽을 두께 1.2m 철근 콘크리트 만들어 내부 수속폭발에 버티게 했다. 미국 9·11테러와 같은 항공기 납치 공격에도 대비해 제트기와 충돌시험도 거쳤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해안가 거가대교 건설에 선보였던 최첨단 침매함 공법을 이용해 원자로 냉각수를 해안가가 아닌 바다 깊은 곳에서 내보내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했다.
이번에 신월성 1,2호기가 추가되면 경주에는 기존 월성1,2,3,4호기 등과 함께 원전 6개가 가동하게 된다. 신월성 원자력 부지 인근에 국내 유일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도 지난 8월 준공했다.
방폐장 건설을 담당한 대우건설은 아시아 최초로 해수면 아래 80~130m 지하암반에 동굴을 뚫어 방사성 폐기물 10만 드럼을 처분할 수 있는 사일로(처분고) 6기를 건설했다. 병원, 산업체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다룰 때 사용한 장갑, 작업복, 기계부품을 포함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처분되는 사일로는 1기당 높이 50m, 폭30m로 아파트 20층 높이, 농구장 2배 면적이다.
월성, 신월성 발전소, 방폐장과 함께 원자력발전소를 관리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내년 3월 경주 이전을 마치면 경주는 한국 원자력산업의 새 중심지가 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원자력시설 해체종합연구센터와 원자력기술표준원, 원자력인력양성원 등도 추가 유치해 경북도와 함께 경주를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핵심도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수원 본사 직원 1100여명과 협력사 직원들 이주는 경주 부동산 시장에도 새로운 활력이 될 전망이다. 이미 한수원이 분양받아 직원들에게 임대한 불국동과 황성동 아파트 시세가 출렁거렸다.
신월성 원전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원전시설이 더해질 경우 추가 토지수용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나 현재 부동산 거래는 잠잠한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원자력발전은 장치산업이라 제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약하고 원자력 연계산업이 적다는 한계 탓에 한수원은 원전 1기당 30억원씩 연간 지원금 180억원을 경주에 내기로 했다. 주민들은 해수탕, 종합스포츠센터 등을 지어 수익 사업화하고 공원, 도로 등 편의시설과 기반시설 확충을 준비중이다. 한수원 월성·신월성 발전소가 올해 납부할 지방세는 발전량에 따라 부과하는 지역자원시설세 280억원을 포함해 647억원에 달한다. 이는 고스란히 경주시 재정수입으로 연결된다.
원전 건설은 경주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 한수원은 신입사원 채용 때 경주시민에 5% 가산점을 준다. 실제 한수원 신입사원의 5~8%가 매년 경주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신월성 원전에서 필요한 단순 노무인력은 지역주민을 우선 채용하고 있다”며 일할 의사만 있으면 고용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일자리 없어) 앉아 노는 노인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행정구역상 경주에 있지만 생활권은 울산에 더 가깝고 ‘원전건설에 따른 건설경기가 사라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는 반론도 나온다. 주민들은 내심 원전을 추가로 유치하길 바라기도 하지만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건설과 운영에 반대하기도 한다.
[경주 = 김기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